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 PC) 보급이 크게 늘면서 최근 1~2년새 대박의 꿈을 안고 앱 개발에 나선 업체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정작 돈을 벌었다는 앱개발사는 별로 없다. 국내 앱개발자의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앱 시장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닌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앱 생태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국내 처음으로 지난해 8월 독립계형 앱스토어 `앱질`을 오픈한 노성현 유비누리 노성현 대표는 “앱 시장이 이렇게 빨리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뀔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문제는 앱유통에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노 대표는 “앱개발사들이 많은 돈을 투자해 앱을 만들었지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가운데 주목을 받는 앱은 매우 적다”며 “앱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가 앱퍼블리싱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력을 갖췄지만 마케팅 능력이 취약한 국내 앱개발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사업이 바로 `앱퍼블리싱`이라고 본 것이다.
노 대표는 국내외 수많은 개발사들과 제휴해 앱을 효율적으로 유통시켜주는 앱 분야 `종합무역상사`를 꿈꾸고 있다. 이미 유비누리는 2500여개에 달하는 해외 애플리케이션을 국내 앱스토어에 퍼블리싱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독립계 앱스토어인 `앱질`을 오픈했고, 한발 더 나아가 `앱질 타이완`이라는 합작법인을 작년 말 대만에 설립해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대만에서 현지 통신사업자 및 제조업체와 협력해 `앱질`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비누리는 올 6월까지 글로벌 앱퍼블리싱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 일본, 미국, 동남아 등 파트너사 등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노 대표는 “해외 진출 노하우가 부족한 국내 앱개발사와 제휴해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면 앱개발사와 앱퍼블리싱 업체 모두 상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독립계형 앱스토어인 `앱질`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구글이 어느 날 갑자기 안드로이드 OS를 유료화한다든지 모토로라에만 독점 공급권을 주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앱생태계 구축에 한국이 한축을 담당하려면 독자적인 앱스토어 구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노 대표의 이런 생각은 지난 2003년 창업 이후 애플리케이션 보급 인프라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유비누리는 원래 PDA용 소프트웨어 유통사이트인 `핑거툴`을 운영해온 업체다. `펑거툴`은 사실상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원조격인 셈이다.
노 대표는 앱개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다른 앱개발사와는 차별화 전략을 갖고 있다. 그동안 국내 앱개발사가 게임 등 일부 인기 있는 앱개발에만 몰두했다면 유비누리는 문화 콘텐츠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내손안의 클래식` `열린 자판` `지라니 선교 합창단` 등 문화 콘텐츠 관련 앱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공연 및 문화 관련 앱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자본력이 취약한 문화계와 자사의 개발 및 퍼블리싱 능력을 결합해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앱사업의 성공은 결국 `공유경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