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나 기업의 명예를 해치는 행위를 인터넷에서 일컫는 말.
본래 `체면이나 명예를 손상함`을 뜻하는 `훼손`이 국어사전에 나온 바른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에선 훼손을 `회손`이라고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표현은 과거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던 이른바 `회손녀` 사건에서 유래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 선수가 부상 투혼 끝에 은메달에 그쳐 많은 국민이 아쉬워했다. 그런데 한 여대생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왕 선수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올린 것이 알려지면서 디시인사이드 잉여 전사들이 신상털이와 사이버테러에 나섰다.
이런 경우 논란을 피해 사과하거나 잠적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여대생은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성난 네티즌을 더욱 도발했다. 이 과정에서 “신상정보를 맘대로 퍼뜨리면 명예`회손`으로 고발하겠다”는 글을 남겨 `회손녀`라는 이름을 얻었다.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셀러브리티 가운데 한 명인 대한항공 전무가 트위터에서 모 여행사 대표와 설전을 벌이며 다시 한 번 `회손`이 화제에 올랐다. 여행사 대표가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 유니폼이 민망하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자, 이의 삭제를 요구하며 `명의회손`으로 소송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
가수 이효리도 `개를 매달고 달린 에쿠스` 사건을 언급했다가 당사자로부터 명예훼손 위협을 당했다는 얘기를 트위터에 전하며 `명예회손`이라 적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명예회손`으로 검색하면 관련 법무법인들의 키워드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회손`이라 입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회손`은 비록 맞춤법이 틀린 표현이긴 하지만 국내 굴지의 항공사 전무와 인기 정상의 셀러브리티까지 모두 즐겨 사용하며 대세가 되고 있다. 언어는 늘 변화하는 생물임을 잘 보여준다.
*생활 속 한마디
A:갑과 을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B:농담에 명의회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면 갑이고, 법무팀이 없어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하면 을입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