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통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자주 쓰인다.
`산통을 깨다` 등에 쓰이는 산통(算筒)은 점쟁이가 점을 칠 때 쓰는 산가지를 넣는 통을 말한다. 반면에 산통(産痛)은 임산부가 해산하기 전에 짧은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반독되는 배의 통증을 뜻한다.
앞말은 어떤 일이 성사되지 않을 때를 지칭하는 부정적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다. 뒷말은 고귀한 생명을 만들어내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통과 의례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던 소프트웨어국 신설이 최근 무위로 끝났다. 정부부처 특성상 중견기업국을 만들면서 한 번에 두 개국을 신설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가 향후 모든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휴대폰의 경쟁 변천사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처음 휴대폰은 `한국형 지형에 강하다`는 광고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휴대폰의 본질적 기능인 통화 품질로 경쟁했다. 하지만 이후 카메라 화소 등 부가적인 성능 경쟁을 거쳐 디자인 경쟁(LG전자 블랙 시리즈나 모토로라 레이저 등)의 시기를 거쳤다. 그리고 아이폰이 새로운 빅뱅을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승리다.
이런 경쟁 변천사는 자동차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성능(속도) 경쟁에서 안전과 편의를 강조한 다양한 부가기능 경쟁을 거쳐 디자인 경쟁의 시대까지 왔다. 조만간 자동차 분야 애플이나 애플 자동차 출현도 예상할 수 있다.
지경부도 이런 점을 간파하고 소프트웨어 정책과 산업을 육성할 국 단위 조직 신설을 추진했다고 생각한다. 국 신설은 유보됐지만 그 중요성이 낮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을 깨진 산통이 아니라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산통으로 믿고 싶다.
홍기범 전자산업부 차장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