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정보공유법안(CISPA), 미 IT 기업은 찬성 왜?

지난해 12월 열린 온라인 저작권침해 금지법안(SOPA) 공청회장 한쪽에 뉴욕타임스가 수북이 쌓였다. 구글, 페이스북, 야후 등 IT기업이 공동으로 SOPA에 반대하며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냈다. 이들은 이날을 `인터넷 검열의 날`이라고 칭하며 격하게 항의했다. 결국 SOPA는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달 초 생소한 이름의 법안이 새로 발의됐다. 사이버정보 공유법안(CISPA)이다. 전문가들은 SOPA와 유사하다고 지적하지만 IT기업들은 태도는 그때와 180도 다르다. 이유는 무엇일까.

◇CISPA는 무엇?=CISPA는 정부가 사이버상에서 심각한 보안 위협을 발견했을 때 즉각 인터넷 기업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비롯한 데이터 공유를 `제한 없이`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국제 사이버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민관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력하도록 근거 조항을 만들었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회 의장과 더치 루퍼스버그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취합한 이용자 정보를 다른 군사기관에도 상시 제공할 수 있다. 이미 112명에 달하는 하원 의원들과 기술협회 9곳, 26개 IT기업들이 법안을 지지한다는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 미국 IT 관련 대표 협회인 정보기술산업협회(ITI)는 “이 법안 추진으로 사이버 보안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지지 의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신(新)온라인 빅 브러더 될까=CISPA는 현재 `제2의 SOPA` `SOPA 2.0 버전`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두 법안이 서로 다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근간은 같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CISPA는 남용 방지 근거도 불분명한데다 영장 없이도 `모든` 이용자 정보까지 요구할 수 있어 정부가 강제로 인터넷 사이트를 닫아버릴 수 있는 SOPA보다 더 무서운 법이라는 지적이다.

전자저작권단체인 EFF는 “법이 오용될 우려가 높다”며 “CISPA는 위키리크스나 파이어러베이 등과 같이 익명의 개인정보로 운용되는 사이트에 어떤 보호책도 마련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마이클 로저스 의장은 “우리는 인터넷 기업들에 이메일 등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이버테러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이기기 위함일 뿐”이라고 비난 여론을 일축했다.

◇IT기업들이 찬성한 속내는=주목할 만한 점은 인터넷 기업들의 태도다. 정부에 막강한 권한을 일임하는 두 법안에 다른 반응을 보였다. AT&T, 페이스북,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기업은 CISPA를 적극 찬성했다. CISPA가 정착되면 IT기업은 정부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표면상의 이유로 `합법적`인 이용자 정보 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엘 카퓰란 페이스북 정책부문 부사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보안과 관련해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감한 개인정보를 정부와 공유할 의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바마 행정부는 CISPA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