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말자급제 역기능 대책도 세워야

단말자급제(블랙리스트)가 1일 시행된다. 왜곡된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실험이 대장정에 오른다. 단말자급제는 이통사가 독점한 휴대폰 유통구조를 깨는 것이 핵심이다. 제조사나 전문 할인점도 휴대폰을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시장 경쟁으로 단말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그간 수익성이 좋은 고가 프리미엄폰만 출시해 온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그런데 이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난관이 적지 않다. 요금제와 저가폰 판매 등의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장 제도가 시행돼도 단말을 제조사 판매점이나 전문 유통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이통사는 자사 대리점 구매 고객에게만 요금 할인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제조사 판매점이나 유통점이 개점 휴업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통신사는 단말자급제 전용요금제 도입 방안을 논의한다.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통신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이통사가 단말자급제 전용 요금제에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요금제 등의 쟁점이 해결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바로 단말자급제 역기능이다. 과거 화이트리스트 제도와 달리 공단말 유통이 쉬워지면 휴대폰 도난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도난폰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조직이 탄생하거나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강탈하는 신종 폭력도 걱정된다. 기업 고객 유치를 미끼로 사기를 치는 브로커가 나올 수도 있다.

무슨 제도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단말자급제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 있다. 다만 그 폐해가 없는지 정부는 입체적인 대비책을 미리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