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세계적인 환경 사상가이자 운동가인 레스터 브라운이 이화여고 백주년 기념관에서 강의를 했다. 그는 여러 재생 가능 에너지 가운데 풍력발전을 가장 강조했다.
그는 풍력발전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를 여럿 들었는데, 바람이 부존자원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매우 평등한 에너지 자원이라는 점이 한 가지였다.
강의가 끝나고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레스터 브라운에게 예리하게 반박했다. 바람의 존재와 강도는 지역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바람이 적은 나라다. 바람이 가장 많은 지역은 북해 지역으로 덴마크·노르웨이가 최대 수혜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 바람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전북 고창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들어 풍력발전 사업이 크게 확장되고 있지만 제약 요건이 많다.
첫째는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바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풍력발전기 수요가 크지 않다.
둘째는 풍력발전기 부품 산업이 그리 발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덴마크나 독일은 풍력발전기 부품 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다.
셋째는 바로 낮은 전기 가격이다. 세 가지 가운데 가장 큰 제약 요건이 바로 이 점이다. 단순히 자가발전 목적으로 풍력발전을 한다면 상관없지만 기업형으로 발전을 해서 한국전력에 전기를 판매할 때는 낮은 전기 가격 탓에 수입이 적어 풍력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지나치게 낮은 전기 가격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들이 전기를 헤프게 사용하기 때문에 완전정전이란 뜻의 블랙아웃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석유 같은 에너지원을 많이 수입하느라 외화 유출이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원자력발전은 전기를 저렴하게 많이 만들어낸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핵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위험도를 감안하면 원자력발전은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 더구나 싼 전기 가격 때문에 한국전력은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고, 경영 실적이 튼튼하지 못해 해외에서 수주를 하는 데도 애로를 겪고 있다.
전기 가격을 높이면 여러 경제 주체에 미치는 물가 인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올릴 수 없다고 하지만 이를 적절하게 가격에 반영해야 나중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 낮은 전기 가격의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이다. 대기업은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전기 가격 인상을 반대하지만 여러 면을 감안했을 때 전기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인상 폭에 있을 뿐이다. 전기 가격이 올라야 재생에너지가 본격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심각한 환경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레스터 브라운의 지적처럼 우리가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진주만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고 나서 미국은 자동차나 비행기 산업을 포함하여 모든 경제를 전시 체제로 바꾸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당하기 전에는 위기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미적거린다. 그러다가 막상 위기가 현실화되면 부랴부랴 실천에 옮기게 된다. 그런데 환경 문제는 인간이 일으키는 전쟁과는 다르다. 일단 발생하면 타격이 훨씬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 대표운영자 mj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