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BI가 현재 통신사업자로 제한되어 있는 합법적인 감청권한을 SNS, P2P, e메일 등 인터넷 사업자에까지 확대하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C넷 등 IT매체들에 따르면 FBI는 지난 2004년 개정된 CALEA(The Communications Assistance for Law Enforcement Act:법집행을 위한 통신지원법)법을 수정해 현재 통신과 브로드밴드사업자에 제한되어 있는 통신감청 권한을 SNS, e메일, P2P, VoIP 등 사업자에까지 확대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0년 뉴욕타임즈 등 유력 매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정부 각 부서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CALEA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CALEA법의 개정 움직임은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중인 CALEA법 개정 작업이 가시권안에 들어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FBI는 이미 미 법무부와 협의를 마쳤으며, 현재 인터넷 사업자와 다각도로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 법안이 개정되면 페이스북, 스카이프, MS, 구글, 애플 등 사업자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SNS ,채팅, 메신저, VoIP 등 인터넷 서비스가 감청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매우 민감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무 때나 감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FBI는 이들 사업자들에게 감청이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 코드의 변경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수사당국이 지금보다 훨씬 용이하게 특정인의 인터넷 서비스 이용을 감청할 수 있게 된다.
FBI 관계자는 오래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8년말부터 2009년까지 주요 통신 사업자가 법원에서 명령한 100개의 감청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은 새로운 서비스가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에 이런 일이 더욱 많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FBI 입장에선 수사력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법의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FBI는 새로운 통신및 인터넷 서비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미국 시민들이 범죄자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법집행 방법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고잉 다크(Going Dark)` 문제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사회가 범죄에 그대로 노출되는 암흑 현상이 현실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FBI가 이번에 총대를 매기는 했지만 CIA, DEA(연방마약단속국), 국토안보부 등 다양한 보안 및 범죄 정보를 다루는 부처들 역시 모두 이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하지만 CELEA법의 개정은 시민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인권 및 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물론 통신사업자나 인터넷 사업자들의 반응도 미지근할수 밖에 없다. 정부가 법적인 강제수단을 도입한다면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서비스 가입자들로부터 격렬한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우려하고 있다. 의회를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1994년 시행에 들어간 CALEA법은 그동안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반 기간통신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던 이법은 지난 2004년 브로드밴드사업자에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새로운 통신 및 인터넷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FBI등 수사당국은 범죄자 또는 피의자를 효과적으로 감청할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됐다. 미 정부 당국이 과연 이번에는 시민단체와 서비스 사업자들, 인터넷 이용자들의 저항을 극복하고 CALEA법의 개정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