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SF문학 출판사인 토르북스(Tor Books)와 영국 자회사 토르UK가 향후 3개월 안에 전자책 콘텐츠(e북) 디지털저작권관리(DRM)를 삭제한다고 5일(현지시각) 가디언이 보도했다. e북과 전자책 단말기 간 호환을 가로막는 암호(DRM)가 사라지면서 한 번 구입한 e북을 킨들이나 누크 등 모든 단말기에서 읽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출판사들은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e북에 암호를 적용, 한 사람이 한 단말기에서만 e북을 읽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파일공유사이트에 나도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킨들에서 읽던 책을 아이패드에서 읽으려면 다시 사야하는 등 불편함이 커 전자책 활성화에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가디언은 “이번 조치는 출판 역사상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DRM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암호를 삭제(DRM Free)하고 e북을 출판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면서 전자책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특히 대형 출판사 합류가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출판사 펭귄그룹이 DRM 프리를 선언했다. 올 3월에는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 7권을 해리포터 공식 웹사이트 포터모어에 공개하면서 DRM을 삭제했다. 국내에서는 도서출판 인사이트가 4월 말부터 일부 서적을 DRM 없이 판매하기 시작했다.
DRM 프리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DRM이 전자책 확산을 가로막는 것은 물론, 본래 목적인 e북 복제 방지 기능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토르북스에서 책을 출판하고 있는 존 스칼치 작가는 “DRM은 내 책이 복제돼 인터넷을 떠도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서 “DRM 프리 조치로 내 독자들이 `한 번 사고 모든 곳에 보관(buy once, keep anywhere)`할 것을 생각하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복제를 막지도 못하면서 산업 활성화에 장애만 되는 DRM을 아예 없애버리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인 것이다. 세계 음악계에서도 이 같은 판단에 따라 2008년을 전후로 MP3 파일에서 DRM을 제거, 디지털 음원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토르북스 미국 판매법인인 톰 도허티 어소시에이션 출판사의 톰 도허티 대표는 “DRM은 오히려 독자들이 합법적으로 e북을 구매하는 것을 방해해왔다”면서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그것은 성가신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