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접속제한에 대해 현행 이용약관 위반과 이용자 차별 등 위법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KT에 사실상 면죄부나 다름없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와 동시에 삼성전자에 망 중립성 논의에 참여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2월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 접속을 제한하자 이용자 피해 행위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는 당초 강력한 입장과는 분명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방통위는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접속 차단 사태의 근본 원인이 망 중립성 논의가 원만하게 진전되지 못한 결과라고 인정했다. KT에 과징금을 부과하면 데이터 이용량(트래픽)이 과도하게 발생하더라도 통신사업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단 KT와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닌 향후 이동통신 사업자와 콘텐츠·서비스·제조사간 갈등으로 재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이다.
인터넷망에 연결되는 다수의 새로운 기기 또는 서비스의 등장에 따라 현행 법령의 개정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미래 트래픽 폭증 가능성 등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와 우리나라 시장 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원칙 수립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망 중립성 논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누구나 동등한 조건에서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원칙인 `망 중립성`은 망 사업자의 독과점에 대한 예방적 차원이 아니라 폭증하는 트래픽 해소를 위한 투자비용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로 확대되고 있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을 망의 가치를 인정하고 합리적 분담을 위한 망 중립성 논의를 공론화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