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83>절망하지 않고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없다

`잠수복과 나비`를 쓴 장 도미니크 보비. 그는 `로크인 신드롬`이라는 병에 걸려 지능은 그대로지만 온몸이 마비됐다. 20만여번 눈꺼풀을 깜박거려 뜻을 전달, 대필 작가가 받아서 쓴 책이 바로 `잠수복과 나비`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전신마비 병에 걸렸을 때 병에 걸리기 이전과 이후는 그야말로 희비쌍곡선이 교차하는 교차점이 아닐까.

보비가 우연히 등대를 발견한 것은 길을 잃은 덕분이다. 보비가 눈꺼풀이라도 깜빡이면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위기 덕분이다. 일류는 이류 덕분이고, 고귀함은 고생함 덕분이다.

길을 잃어도 희망을 놓지 않으면 절대로 절망하지 않는다. 돈 한 푼 없었던 마음의 상처가 언젠가는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상급을 기약할 것이라고 믿었다.

만신창이가 되어도 사는 길은 있다고 생각했다. 넘어진 곳에서 대학을 처음 들어올 때의 초심을 붙잡고 다시 일어서자고 다짐했다. 가장 절망적인 때가 가장 희망적인 때고, 어두움에 질식할 것 같을 때가 샛별이 나타날 때다.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라는 말이 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뜻이다.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희망의 빛은 더욱 밝게 빛날 수 있다. 희망이 늦을 수는 있지만 없을 수는 없다. 희망은 정직한 절망 후에 느리게 다가온다. 정직한 절망만이 간절한 희망을 낳는다. 별은 멀리 있어야 아름답게 빛나 보인다. 축복도 조금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오히려 인생의 보약으로 다가온다.

늦게 주어지는 축복이 더욱 아름다운 축복이다. 내일의 희망이 있으면 오늘의 절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비극적인 일은 꿈과 희망을 실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실현하고자 하는 꿈과 희망이 없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마음속에 태양을 품고 온기를 느끼자. 바른 길로 이끄는 상처의 표지판을 긍정하며 내일의 희망을 향해 훨훨 나는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아오르는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그날까지 묵묵히 내 길을 가자.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