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이다. 일년 내내 가정의 달이어야 함에도 가장 아름답고 화창한 달을 가정의 달이라고 특정한 역설이 씁쓸하다. 촌각에도 무수한 기술이 탄생하는 오늘날, 가정의 행복과 평화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이제 정보통신기술(ICT)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때로는 심각한 경쟁자가 됐다. ICT는 모든 국가의 공통 과제인 경제성장의 견인차다. 또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 물 부족·식량 부족·에너지 고갈 등 자원문제와 양극화·소통부족·균형발전 같은 사회통합문제 등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핵심 분야다. 산업이나 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문학·역사·철학조차도 부정할 수 없는 오늘과 내일, 새로운 시대의 질서이자 지배자다.
ICT는 인류의 지속적 존속과 행복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책임과 의무가 있다. ICT가 스스로 인류의 새로운 문제나 폐해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엄청난 돈을 버는 새로운 기회로서 ICT가 아니라 인류 미래를 걱정하고 해결하는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게임 과몰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폐해, 정보격차, 세대갈등, 가정붕괴, 학교폭력, 촛불집회 등 작든 크든 ICT와 관련 없는 이슈가 있을까.
ICT가 하루빨리 달라져야 한다. 정·관·학·연·민이 IT의 사명과 역할에 공감하고 적절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기업 목적은 이윤 추구다. 방법이 품질이든 마케팅이든 고객만족이든 아니면 최근 부각한 사회적 책임(CSR)이든 목적은 이윤 추구다.
국가나 공공은 본격적·실질적·보편적 개념의 사회적 책임 영역을 감당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 지역 간 정보 인프라와 정보 향유 환경의 균형, 공공시장과 공공재를 활용한 중소기업과 신생기업 육성, 독과점 방지와 계열사와 관계사 거래를 포함한 공정경쟁 여건 조성은 더 신경 써야 한다. 게임 과몰입, 정보격차, 세대 간 갈등, SNS나 사이버 세상의 부작용을 없애는 일도 미룰 수 없다.
우리 인류 문제의 많은 부분은 자기중심적 개인화에 있다. 컴퓨터, SNS, 스마트폰, 유비쿼터스, 스마트 세상, 클라우드 컴퓨팅의 역설에 있다. 소통 도구는 정신없이 열리는데 대화와 이해는 사라지고 아집과 이기가 판친다. 우리 ICT인의 업보이자 책임이다. 진정한 스마트사회란 `I`를 넘어 `We`를 생각하는 사회다. ICT가 인류 행복이자 행복 이네이블러가 돼야 한다.
가정의 달 5월,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돈보다 행복을 생각하는, 새로운 ICT 혁신을 디자인하자.
김영주 전남문화산업진흥원장 yjkim50@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