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가운 VC의 엔젤투자 확대

벤처캐피털(VC)들이 엔젤(개인 투자자)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국내외 정보기술(IT) 전문가들과 손잡고 엔젤기업을 설립하는가 하면 스타트업(창업)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늘고 있다. 엔젤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 초 벤처 붐 때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사라졌기에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벤처 거품이 걷힌 후 엔젤이 자취를 감췄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새로운 어젠다로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하면서 제2 벤처 붐을 일으키려 했을 때도 엔젤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벤처 붐 때 많은 수업료를 내고 체득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당시 벤처기업(특히 닷컴 벤처)은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만 있으면 엔젤이나 투자기관으로부터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일부 양심 없는 벤처기업가는 투자금을 물 쓰듯 써댔고 나중에 그 벤처기업가는 기업과 함께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그들에겐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자금이 아니기 때문에 갚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있었다. 정당한 노력에 상응한 대가가 아닌 그야말로 `엔젤`이 안겨준 거액의 자금을 운용할 능력도 없었다.

2012년에 등장한 엔젤은 과거의 엔젤이 아니다. 벤처기업 경험이 있는 사업가 출신이거나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과거처럼 그럴듯한 사업계획서 정도로는 턱도 없다. 기술력과 도덕성을 두루 갖춰야 투자 대상이 된다. 엔젤도 자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은 물론이고 기업운영·자금조달 등 사업 노하우까지 전수한다.

최근 3년 30%대에 머물던 벤처캐피털의 스타트업 기업 투자 비중이 올해 1분기에 45%까지 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벤처도 벤처캐피털의 엔젤 투자 확대로 미국식 선순환 스타트업 생태계로 성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