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이공계 직업선택 자유의 제한

[ET단상]이공계 직업선택 자유의 제한

“이제 중소기업에 가면 안 되겠다.” 친구의 뜬금없는 말에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기사 안 봤어? 이제 우리 같은 이공계가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이직하기 힘들어진대.” 평소 유망한 중소기업이라면 그곳에서 일을 배우고 성장하면서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깜짝 놀라서 기사를 검색했다. 그리고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기술 전문인력 이직을 제한하는 제도가 논의되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친구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가운데 대부분 대학생은 한 회사에서 정년까지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무 경험, 기술 습득, 자기 계발을 거쳐 원하는 회사로 이직하거나 창업하는 커리어를 고려한다.

이직 제한 제도 도입은 직업 선택의 자유와 개인의 꿈을 막고 결국 취업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발전의 발판이 되었던 기술 인력에 차별적인 제도는 이공계 기피현상, 인재 해외 유출 등 이공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중소기업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인력 부족, 특히 핵심 기술인재 유출은 기업 경쟁력에 타격을 준다. 하지만 이런 유출은 구성원과 기업 간 계약 혹은 법적 조치로 방지된다. 지난 1월 LG에릭슨과 노키아지멘스 소송처럼 정보기술 분야 연구원의 경쟁업체 이직을 금지한 법원 판결은 계약으로 기업 경쟁력을 보호한 사례다.

기술 전문인력 이직 제한은 이공계 취업 대상자가 애초부터 대기업에 가지 않으면 족쇄가 채워진다는 이미지를 낳고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 기술 인력과 이공계 취업 준비자가 배제됐다. 이는 대·중소기업 차원의 논의가 아닌 산업 발전 전체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인력이 자유롭게 이직과 창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자유로움이 혁신과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다.

법적 조치를 통한 인위적 기술인력 보호는 중소기업의 궁극적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특히 단순히 인력 이동만 다루기보다는 중소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스스로 직원이 근무하고 싶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언론 보도를 보면 중소 모바일게임 업체 컴투스는 회사를 떠나려는 인력이 거의 없다고 한다. 창의적인 조직문화와 유연한 근무여건을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직원과 성과를 공유해 핵심 인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컴투스는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부 정책 또한 중소기업과 인력 간의 제로섬 방식보다는 윈윈 방식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연구개발을 지원할 때 신임 연구인력을 지원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본 스시 맛의 비결은 장인에서 장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다고 한다. 제자는 한 장인의 가게에서 도제식으로 오랜 시간 기술을 배운 후 독립해 자신의 가게를 차린다. 그리고 스승은 이를 막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자가 독립해 나가면 더 많은 스시 장인이 생길 것이고 경쟁을 통해 더욱 좋은 맛을 낼 수 있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공계 기술 전문인력의 자유로운 이직이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산업을 발달하게 하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가 그러하듯 말이다.

지율 한국이공계대학생연합회장(서울대 생명과학부 4학년) jiyuli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