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SW인재, 유년시절 교육이 좌우한다

[미래포럼]SW인재, 유년시절 교육이 좌우한다

얼마 전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이 통과됐다. 미래 SW 발전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썩 기쁘지만은 않다. 노파심 때문이 아니라 생태계가 변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SW산업이 더욱 발전할까. 대기업을 일정 규모 이하의 공공 IT서비스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고 중소기업이 육성될까. 호랑이 없는 곳에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까. 대기업 참여를 법으로 규제해도 발주처 입장에선 유지보수나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믿을 만하고 책임질, 그 중 큰 회사를 선택한다. 이에 따라 또 다른 1차, 2차, 3차 협력업체가 줄을 서게 될 것이다. 또 기존 시스템 개발 업체들을 배제할 수 있을까.

`갑을병정`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갑`을 없앨 게 아니라 갑이 을뿐 아니라 병, 정도 협력업체임을 인정하게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하다. 오랫동안 시스템통합(SI)에 참여하며 가장 많이 바란 것은 갑이 번거롭더라도 3차 협력업체까지 계약금 등을 제대로 받도록 직접 계약을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많은 이들이 생태계와 인재양성 중요성을 인지했다. 희망이 보인다. 벤처를 창업하고 인재를 양성하려면 정권이 바뀌어도 끝까지 갈 중장기 계획이 나와야 한다.

사람들은 한국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젊은이를 기대하면서도 잡스나 저커버그에게 그들만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는다. 그들이 성공한 것은 천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얼마나 자신의 일에 헌신했는지, 그들이 얼마나 끈기 있게 기다려왔는지 배워야 한다. 그들과 자유스러운 사고, 고통을 감내하는 인내력, 칠전팔기의 용기와 끈기 등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 개발자 스스로가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슬픈 현실은 척박한 사회 시스템 탓만은 아니다. 너무 단기간에 보상을 바라는 현상도 한몫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풍족한 시대에 어려움 없이 자란 세대니 배고픔과 목마름을 모르는 게 당연하다. 참고 견디고 기다림을 멀리하는 젊은이들이 상대적 빈곤을 외치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개발자는 시스템을 개발하느라 당연히 밤을 새운다. 개발 중 규격이 바뀌어 새로 개발하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기존 시스템을 위해 효율성이 없는 줄 알면서도 따라가야 하는 등 수많은 괴로움이 있다. 물거품이 된 개발도 내 경험이자 비법이고 자산이다. 추후라도 보상받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발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상품기획·마케팅과 함께 판매전략도 잘 세워야 성공한다. 나 역시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발을 잘하는 인재도 중요하지만 기획·영업·마케팅을 잘하는 젊은이나 회사다. SW뿐 아니라 하드웨어(HW)·플랫폼 등 균형적 발전을 독려하면서 지속적으로 인재를 키우고 지원해야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존속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생각과 상상을 펼칠 수 있는 흥미,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하는 맑은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협조해 함께 이루는 기쁨을 배울 수 있도록 지금의 획일적 교육 프로그램을 바꾸는 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아닐까. 이는 SW산업 진흥뿐 아니라 모든 사회·문화·교육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대학교 교과과정보다 중·고교 교과과정이, 이보다는 초등학교 교육 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유아기에 제대로 교육하기 위한 국가·사회적 지원이다.

송문숙 이지넷소프트 대표 song@eznet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