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럽 자동차 업계, 전기차 충전방식 표준놓고 `으르렁`

전기차 충전방식을 놓고 일본과 미국·유럽 자동차 업계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전기차 맹주를 자처해온 일본 업계가 독자 충전 방식을 국제 표준으로 내세우자 미국과 유럽 자동차 업계가 신규 충전 방식을 발표, 반격에 나섰다. 미·유럽 자동차 협회들이 신규 방식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일본 방식이 국제 표준 경쟁에서 밀리는 양상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폴크스바겐(VW) 등 미국과 독일 8개 자동차업체는 7일(현지시각) LA에서 개막한 전기차(EV) 심포지엄에서 새로운 전기차 충전 규격인 `콤보`를 공개했다. 이날 GM과 VW 외에 포드·크라이슬러(미국), 다임러·BMW·아우디·포르쉐(독일) 등이 자사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콤보 방식을 공식 채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독일차 연합은 콤보 방식 상용화에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에 세부적인 기술 규격을 내놓고 연내에 충전기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GM과 VW는 내년에는 이 방식으로 충전이 가능한 소형 전기차를 시판할 방침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지난 2010년부터 자체 방식인 `차데모(CHAdeMO)`를 전기차 충전 규격으로 제정해 상용차에 적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도쿄전력과 도요타·닛산자동차·미쓰비시자동차 등이 주도해 세계 전기표준위원회(IEC)와 미국 자동차기술회의(SAE) 등에 표준으로 제시하는 등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미·유럽차 연합이 지난해 10월 새로운 방식을 추진을 선언했다. 이번에 세부 규격까지 내놓으면서 일본 업계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 자동차협회들이 콤보 방식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업계가 바짝 긴장했다.

표준 규격만 놓고 볼 때 기술적으로는 콤보 방식이 우세하다. 콤보 방식은 급속 충전을 시작한지 15분 만에 완료할 수 있다. 반면에 차데모 방식을 채용한 닛산자동차의 전기차 `리프`는 30분을 충전해도 80%만 채워진다. 차데모는 또 직류용(급속 충전)과 교류용(일반 충전)으로 충전구가 분리되지만 콤보는 한 개 충전구로 급속과 일반 충전이 가능하다. 개발이 용이하고 운전자에게도 편리하다. 이외에도 콤보는 비상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가격이 저렴한 심야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검증 측면에서는 차데모가 앞섰다. 이미 일본 자동차업체는 이를 적용한 2개 상용차를 내놨다. 충전기 보급도 활발하게 진행해 각 국에 설치된 충전기가 약 1400여대를 넘어섰다.

IEC는 내년에 전기차 직류용 급속 충전 방식에 대한 국제표준을 재정할 예정이다. 일본 업계는 상용화가 빠른 점을 내세워 차데모 방식을 국제표준으로 적극 민다. 미·유럽 업계는 `세`를 내세웠다. 미·유럽차 연합에 포함된 8개 업체에 이어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도 2017년 이후 모든 전기차에 콤보 방식을 채용하기로 했고 미국 자동차기술회의(SAE)도 적용 의사를 내비치면서 측면 지원에 나섰다.

미·유럽 연합의 공세가 강해지자 일본 언론은 국제 표준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니혼게이자이는 “콤보 방식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될 경우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일본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 장치를 모두 개량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기차 충전방식 현황 비교


(자료 : 니혼게이자이)

日-유럽 자동차 업계, 전기차 충전방식 표준놓고 `으르렁`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