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 초대석]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갤리온 펴냄

`일하는 사람 따로 돈 버는 사람 따로`

죽어라 일하는 데도 점점 가난해지는 사람들의 세계화 르포입니다. 지은이는 세계적인 회계법인의 애널리스트를 그만둔,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세례를 흠뻑 받은 엘리트지요.

[e북 초대석]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여행칼럼을 쓰려고 아프리카 카메룬에 머물던 어느 날 그는 현지 어부의 식사에 초대됐다가 자신의 숙소인 호텔에서 먹는 싱싱한 도미와 다른 생선을 먹게 됩니다. 바다가 코앞인데도 그들은 600킬로미터 떨어진 모로코에서 수입한 말린 생선을 먹더라는 거죠. 커피든 생선이든 이를 생산한 사람은 자기 돈으로 그걸 사먹을 형편이 되지 못하는 이 모순에 눈을 뜬 지은이는 커피나 초콜릿, 휴대폰 생산경로를 거꾸로 추적해 갑니다.

아프리카와 남미, 중국과 아프간 등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 9곳을 방문하죠. 생명을 잃을 위기도 여러 차례 겪습니다. 니카라과에선 어부들과 잠수했다 익사할 뻔 하고, 콩고에선 붕괴 직전 광산에 안전장비 없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 중 하나는 `공정무역은 공정하지만은 않다`입니다.

오히려 공정무역 인증 로고나 메시지가 마케팅 도구로 변질되었다는 징후를 확인합니다. 일례로 영국 공정무역 재단의 총수입 90%는 도매상이 지불하는 브랜드 사용료인데 그 절반은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운영비로 나갑니다. 나머지 반은 공정무역 브랜드 캠페인과 홍보비로 나간 다네요. 그러니 공정무역의 대가는 현지인의 손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의식 있는 소비자의 양심에 조그마한 위로가 되는 데 그치기 십상이라는 거죠.

지은이는 사회적 책임이나 공정무역 대신 사업성과나 최고 품질을 강조하는 이들에게서 세계화의 모순을 해결한 방안을 봅니다. 코트디부아르의 면화를 거래하는 대기업 `놀람`은 현지 농부에게 자신들이 거래하지 않는 옥수수 비료도 무료로 준답니다. 농부들이 굶주리면 자기네도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라죠,

책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똑똑하게 이기적일 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지은이의 메시지는 귀 기울일 만합니다.

책 속의 한 문장: 니카라과 잠수부들은 심해 잠수로 바다가재를 잡는데, 작업복, 수심계 등의 장비는커녕 낡은 공기통 하나에 의존한다. 이들 중 대다수가 안전 수칙을 무시하고 잠수를 너무 오래, 너무 자주 하며 혈관이 손상되어 죽거나 불구가 되는 잠수병에 걸린다. 마을 청년 대부분이 젊은 나이에 장애를 얻거나 일하다가 죽는다. 이렇게 온종일 일해서 버는 돈은 고작 2000원 남짓이다.

자료제공: 메키아 (www.mekia.net)

문의: eBookman@mekia.net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