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경영 위기에 빠진 도쿄전력에 공적자금 1조엔을 투입하고 가정용 전기료를 대폭 인상하는 회생안을 내놓았으나 초기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원전 폐쇄 등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국민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본 주요 언론은 지난 9일 정부가 각료회의를 열고 도쿄전력이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인 `종합특별사업계획`을 승인했으나 국민의 반발을 샀다고 10일 보도했다.
이 계획은 민관이 함께 자금을 조달해 원전 사고에 따른 배상과 원자로 폐쇄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골자다. 일본 정부가 1조엔을 도쿄전력에 출자하면 의결권 50% 이상을 확보해 사실상 국유화된다. 민간 전력회사로 설립된 지 61년 만이다.
금융권도 경영 정상화 자금으로 1조엔을 추가 대출해주기로 했다. 전기요금은 오는 7월부터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가정용을 10.28% 인상한다. 2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자구책도 나왔다. 도쿄전력은 향후 10년간 구조조정을 함으로써 비용 3조3650억엔을 줄이고 화력발전소 8곳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회장과 사장도 바꾸고 임원 수도 대폭 줄인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내년에는 1000억엔 흑자 전환을 목표로 내세웠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전기요금 인상에 소비자 반감이 거세 도쿄전력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비용 문제도 심각하다. 원전 재가동은 지역 주민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상태로는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약하다. 원전을 가동하지 못하면 매년 연료비로 약 780억엔을 추가로 쏟아부어야 한다. 사고 배상금부터 원전 폐쇄 비용, 오염 제거비용 등을 모두 합치면 앞으로 필요한 자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사고 배상 비용 5조엔을 먼저 부담한 뒤 추후 도쿄전력으로부터 회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언론들은 배상금이 도쿄전력 예상에 비해 두 배가 넘은 10조엔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청산 가능성도 제기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도 각종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파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타 다쓰오 가큐슈인대 객원교수는 “도쿄전력은 채무 초과 상태”라며 “공적자금을 투입해도 원전 폐쇄와 오염제거 비용 등이 늘어나 다시 자금난에 빠질 수 있어 아예 파산 처리가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전력 경영정상화계획 골자
(자료:니혼게이자이)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