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기업들은 어리둥절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 56곳의 첫 동반성장지수를 내놓았다. 곧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기·전자업종 기업 42곳을 부당한 발주 취소 혐의로 적발해 명단을 내놓았다.
같은 날 연이어 나온 사실상의 정부 주관 평가에서 동일한 기업에 완전히 다른 평가가 내려졌다. 삼성전자는 동반성장지수에서는 가장 높은 등급인 `우수` 판정을 받았지만, 공정위 발표에도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샀다. LG전자 또한 동반성장지수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지만, 역시 공정위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처음 발표된 동반성장지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조사 시기와 방법이 서로 다른 사안이어서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동반성장지수를 두고 대기업 쪽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중소기업계는 환영하는 상황이다. 정부 스스로가 정교하지 못한 발표로 신뢰감을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시장에서 뛰는 기업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시장 논리와 거리가 있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가 돼버린 상대적 약자 보호, 동반 성장을 위한 노력도 멈출 수 없는 일이다. 그럴수록 정부가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 아래 움직여야만 신뢰를 얻고 제도도 정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동반성장을 강제나 규제 수단으로 여기는 접근은 피해야 한다. 기업 활동과 시장에서 부작용만 더 키울 수 있다.
동반성장을 사회적 가치와 문화 확산의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식을 같이하게 하는 데는 신뢰가 기본이다. 정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