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맨발로 달리기를 시킨다고 한다. 발바닥 근육을 자극하면 뇌세포에 새로운 자극이 전달돼 이제까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밝혀지고 있다. 그야말로 생각의 `발로(發露)`는 `발로`부터다. 맨발로 맨바닥을 밟아본 적이 언제인가. 세상이 모두 시멘트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로 뒤덮이면서 흙과 만날 기회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
인간의 질병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그 종류도 다양해지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인간이 흙으로부터 멀어진 것이 아닐까. 맨발로 맨땅을 밟는 기회를 상실하면서 생각의 `발로(發露)`를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말로(末路)`를 앞당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몸으로 부딪혀 체험하는 `접촉 경험`이 사라지고 마우스 클릭으로 만나는 `접속 경험`이 늘어나면서 `사색(思索)`하지 않은 현대인이 늘어나고 얼굴은 점점 `사색(死色)`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온몸으로 사유하는 체험적 깨달음보다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검색(檢索)`하는 현대인. 검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심각한 질환에 걸리고 있지는 않은지도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걷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검색하고, 접촉하지 않고 접속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몸은 병들어가고 마음은 황폐해진다.
남다른 생각의 발로는 낯선 발자취에서 비롯된다. 발자취가 바뀌지 않으면 생각의 발로도 바뀌지 않는다. 발자취는 발로 밟고 지나갈 때 남는 흔적이다. 누군가가 밟고 지나간 흔적을 반복해서 밟고 지나가는 삶이라면 생각의 발로도 이전의 생각의 발로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색다른 생각의 발로는 이전에 누군가 밟고 지나간 발자취를 따라가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낯선 발자취가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역사는 언제나 낯선 발자취에서 비롯된다. 겁먹지 말고 역사에 남을 발자취, 족적을 남길 때 생각의 발로는 물론이고 가슴 뛰는 발자취가 새롭게 기록된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