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이든 PD든 임기는 정해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사업이 애들 장난도 아닌데 말이죠.”
정부의 광역경제권선도사업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4대 광역경제권선도산업지원단을 대상으로 각각 단장과 PD를 새로 뽑았다. 2단계 사업을 이끌고 갈 기관 수뇌부를 구성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에 선임된 인사들은 이달 말부터 공식 임명돼 2단계 사업을 이끌게 된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속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새롭게 선임된 사람들의 임기가 명확하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2단계 사업이 끝날 때까지`가 이들의 임기다. 2단계 사업이 언제 끝난다는 것인지 구체적 문구도 없다. 누구든 자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1년이 될 수도 5년이 될 수도 있다. 자신들 임기가 언제까지인지 모르고 일을 해야 할 판이다.
공모 과정에서 말도 참 많았다. 인선에 참여한 사람이나 인선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 인사는 “임기가 언제까지냐고 물었더니 그쪽에서도 답을 못 하더라”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굳이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까지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임기가 아니다. 선도사업의 운명도 어찌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선도사업은 현 정권에서 내놓은 지역 산업 정책의 한 축이다. 2단계 사업이 끝나는 시점을 알 수 없으니 3단계, 4단계는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다. 명확한 기간이 정해지지 않으니 사업 자체도 목적을 잃고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황당한 것은 정부부처인 지식경제부도 2단계 사업의 종료 시점을 모른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사업이 어디 있나 싶을 정도다. 사업 주체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업을 끌고 가는 셈이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이 변수다. 정권에 따라 지역 산업 정책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녹을 받는 공무원이 정권 눈치만 살핀다면 명확한 `직무유기`다.
신선미 전국취재 차장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