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는 ∼가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선풍기에는 날개가 있다. 스테이플러에는 침이 있다. 음식점에는 메뉴가 있다. 신문에는 뉴스가 있다. 약국에는 약이 있다. 서점에는 책이 있다. 집에는 집사람이 있다. 이런 식으로 `∼에는 ∼가 있다`는 말을 가정한 상태에서는 새로운 발상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선풍기에는 반드시 날개가 있다는 가정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구상하면 날개의 크기, 바람의 속도와 강약, 전동 모터의 강력함 정도 등에 무수한 시도를 해보아도 기존 선풍기와 근본적으로 다른 혁신적 선풍기를 만들 수 없다. 스테이플러에 침이 있다는 가정을 없애지 않는 이상 아무리 새로운 스테이플러를 구상해도 기존 스테이플러와 근본적으로 다른 혁신적 스테이플러를 만들어낼 수 없다.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에는 ∼가 있다`는 말을 `∼에는 ∼가 없다`는 말로 대체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풍기에는 날개가 있다는 말을 선풍기에는 날개가 없다로 바꿔서 생각하는 것이다. 혁신적 선풍기는 선풍기에서 날개를 없애고 `날개 없는 선풍기(Air Multiplier)`로 역발상을 시도할 때 탄생한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실제로 영국의 다이슨사가 개발해 출시한 제품이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침이 없는 스테이플러를 상상해 침 없는 스테이플러(Staple Free Stapler)가 실제로 개발, 출시됐다.
이처럼 `있다`가 `없다`로 바뀔 때 생각지도 못한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서점에는 책이 없다`로 생각할 때 `책 없는 서점`이라는 새로운 컨셉트의 서점이 탄생한다. 그렇다면 서점에 책이 없다면 무엇이 있을까. 기존 책과 전혀 다른 책이 있거나 서점이라는 업의 본질을 바꿔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는 저자와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카페를 구상할 수도 있다. 음식점에서 메뉴를 없애면 `메뉴 없는 음식점`이 탄생한다. 음식점에 메뉴가 없으면 오로지 한 가지 음식이 제공되거나 그날그날의 고객이 요구하는 음식이나 주방장의 결정에 따라 독창적 음식을 새롭게 요리할 수 있는 새로운 음식점이 탄생한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