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이 vs 자격충분…저울 위의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지난 7일은 억만장자 자리를 예약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28번째 생일이었다. `세기의 기업공개(IPO)`를 며칠 앞둔 기업 최고경영자가 서른 살도 되지 않은 청년이라는 점에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IPO가 예정대로만 진행돼도 페이스북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약 115조원)에 달해 맥도날드나 골드만삭스보다 더 비싼 회사가 될 전망이다.

애송이 vs 자격충분…저울 위의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우려의 목소리는 그의 생일날 나왔다. 사전 IPO 로드쇼를 위해 뉴욕에 나타난 저커버그가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나타나자 “투자자를 무시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마이클 패처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행동은 그의 미성숙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며 “투자를 요청하는 입장에서는 투자자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가 세계적 기업을 이끌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창업 후 8년간 다양한 경험과 만남을 통해 사업가로서 역량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 수많은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게 2006년 야후의 페이스북 인수 시도다. 당시 직장인 대상 서비스를 선보였다 실패한 페이스북은 큰 위기를 맞았고 저커버그의 리더십에 균열이 갔다. 흔들리던 그에게 야후가 접근했고 10억달러 거래가 성사될 뻔 했다. 그러나 막판 실적 악화로 야후 주가가 하루 만에 22%나 폭락하면서 거래는 없던 일이 됐고 저커버그는 경영권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저커버그는 이후 다시는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저커버그가 새내기 CEO일지 모르지만 그는 막강한 인맥과 조언자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그의 인맥 가운데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의장이 있다. 저커버그는 잡스와 오후 산책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며 게이츠와는 요즘도 정기적으로 경영에 대한 조언을 받는다. 이 외에도 냅스터 공동 창업자인 션 파커와 워싱턴포스트 회장 도널드 그래햄 등이 그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가 풋내기 CEO가 아니라는 것은 얼마 전 이뤄진 10억달러짜리 인스타그램 인수를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 인수 건을 자신의 집에서 인스타그램 CEO와 단 둘이서 해치웠다. 뉴욕타임스는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이끌 자질이 되는 지는 IPO 이후 무자비한 주식시장에서 즉시 판가름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