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자폐증' 아이패드로 고쳤어요…

파키스탄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파와드 시디치(38)와 아내 아이자 세이크는 3년 전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두 살짜리 딸 샤리아가 아무리 불러도 텔레비전 앞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난청인줄 알았다. 그러나 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전문가를 찾아갔더니 `자폐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자폐증의 전형적 증상”이라고 했다.

이후 행동 치료 등 다양한 심리 치료사들을 찾아다녔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다. 낙담한 부부 앞에 2010년 아이패드가 나타났다. 아이패드를 만나기 전 딸 샤리아가 대화하는 방법은 오직 우는 것뿐이었다. 언어나 몸짓 무엇으로도 의사표현을 못했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만나자 달라졌다. 터치만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주변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서서히 갖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울기보다는 아이패드를 터치하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퍼스트워드나 ABC, 미 앤 퍼즐 미 등 언어 치료 애플리케이션(앱)을 의사로부터 소개받고부터는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샤리아는 조금 틀리긴 하지만 긴 문장도 만들 줄 알고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도 잘 인식하는 건강한 아이가 됐다.

CNN은 시디치 가족처럼 아이패드를 이용해 자폐증을 치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시디치는 샤리아의 치료 과정을 애플 사용자 후기 코너인 아이리포트에 올렸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764개의 자폐증 및 언어장애 치료 앱이 있고 올해만 142개가 새로 출시됐다. 아이패드로 치료효과를 본 사람이 스스로 앱을 만들어서 앱스토어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 무료 앱이 많고 유료도 99센트에서 300달러 정도다. 치료사를 기다릴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자폐증 아이를 둔 부모가 아이패드를 선호하는 이유다.

언어병리학자 포에베 터커는 미국 코네티컷 브리지포트에 자폐증 환자 치료를 위한 `몬태노 기술 센터`를 설립하고 이곳에서 아이패드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스티브 잡스는 그가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줬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