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90>사람과 사랑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 이런저런 갈등과 의견 충돌을 경험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오해가 깊어져 소원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바닷가의 돌이 처음에는 모가 나서 서로가 서로에게 아픈 상처를 주고받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난 돌이 둥근 돌로 바뀐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를 주고받는 아픈 관계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사람의 `ㅁ`은 사각형 모양이다. 모난 돌 모양의 `ㅁ`은 시간이 지나면서 둥근 `ㅇ` 모양으로 바뀐다. 사람의 `ㅁ`이 믿고 신뢰하는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면서 사랑의 `ㅇ`으로 바뀐다. 모난 `ㅁ`이 둥근 `ㅇ`으로 바뀐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사랑으로 맺어지는 것이다.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상대를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한다는 이야기는 상대의 아픔까지도 보듬고 아껴주는 것이다. 나아가 위대한 사랑은 자신이 사랑하는 자를 먼저 창조하는 행위다. 사랑은 다름 아닌 사랑하는 대상을 사랑스럽게 창조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사랑은 무엇인가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창조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은 창조하고 싶은 대상을 지극히 사랑하지 않고서는 창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사랑은 아름답게 창조하는 행위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사랑스러운 내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으며, 내가 살아가는 내 삶을 사랑해야 지금보다 더 사랑스러운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대상을 사랑스럽게 창조하는 과정이다. 조각가가 자신이 조각하는 형상과 이미지를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로 사랑스러운 형상이 조각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형상을 조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사랑하는 형상을 가로막고 있거나 덮어쓰고 있는 다른 부분을 파괴하고 해체해야 한다. 그런 파괴와 해체의 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형상을 제거해야 내가 사랑하는 형상이 새롭게 조각될 수 있다.

즉 조각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형상을 조각하기 위해서 먼저 망치로 돌을 부수는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부서져 없어져버리는 파멸의 과정을 거쳐야만 내가 정말 사랑하는 형상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