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영웅 탄생의 비결

[주상돈의 인사이트]영웅 탄생의 비결

또 한 명의 세계적 갑부가 탄생했다. 이번 주 `세기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 28세다.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창업 8년 만에 대박을 터뜨렸다. 공모가가 최상단에서 정해진다면 저커버그의 지분 가치는 176억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20조원 정도다. 월스트리트 투자 설명회에 후드 티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저커버그는 창업 후 다양한 경험을 거쳐 글로벌 기업가로 성장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실리콘밸리 성공 신화를 써내려간 주인공이자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이 됐다.

창업 8년 만에 가입자 9억명을 돌파한 페이스북은 성장 잠재력이 뚜렷하다. IPO 후 페이스북 가치는 골드만삭스나 맥도널드 수준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페이스북 직원 3500여명도 대규모 주식을 받는다. 직원들은 1인당 12억여원을 세금으로 내야 할 정도로 부자가 됐다. 페이스북은 애플과 구글을 제치고 미국 최고 직장으로도 선정됐다. 한 사람의 창의적 인재가 주변 사람과 기업의 운명을 바꿨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특출하게 성공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좋은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들은 일반인과 다른 그들만의 성공 인자(因子)를 지녔다. 눈물 젖은 빵은 기본이고 강한 신념과 낙천적 사고로 역경을 헤쳐나간 그들의 인생 스토리는 진한 감동을 준다. 특히 창업으로 성공한 기업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 등 남다른 열정을 지녔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저커버그의 성공은 강한 신념과 노력, 열정 등 일반적 속성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의사 부모 밑에서 유복하게 자란 저커버그는 어릴 적부터 컴퓨터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아버지가 일하는 치과에 손님이 오면 모든 병원 컴퓨터에 이를 알려주는 소프트웨어 `저커넷`을 직접 만들 만큼 프로그래밍을 좋아했다. 하버드대학 시절엔 학생들이 선택한 강의 정보를 기초로 자기가 수강하고 싶은 강의를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코스매치(course match)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런 재능은 페이스북을 만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충분조건은 아니다.

`저커버그는 어떤 의미에서 천재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지능이 남보다 특별히 높아서가 아닙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찍부터 알았고, 그 재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마크 주커버그(해피스토리, 2011년)` 본문 중에서

저커버그는 하버드대학 시절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시작했다. 자신의 기숙사 방에 앉아 재미삼아 동급생들을 놀릴 방법을 궁리하던 중 웹 사이트에 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모아놓고 그들에 대한 평을 남긴 것이 계기가 됐다. 주변 사람들이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공유하면 커다란 인맥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결국,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으로 세계적 인맥 구축 사이트를 창조해냈다.

`창조`는 `즐거움`과도 일맥상통한다. 즐겁지 않으면 창조적일 수 없다. 저커버그 역시 즐겁지 않았다면 페이스북에 그만한 열정을 쏟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차례 매각 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번번이 거절했다. 페이스북 인수에 10억달러를 제안했던 야후 CEO는 “나이와 관계없이 10억달러를 보고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성공하는 원칙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