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 외 지음, 웅진윙스 펴냄
`직선`을 수학적으로 정의하면 `점과 점 사이의 최단 거리`라고 하죠. 직선형 삶은 효율과 속도, 획일화를 의미합니다. 헌데 우리네 삶은 그렇게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효율은 서구에서도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어휘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 또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란 우리 속담을 봐도 조상들의 삶은 반드시 최선, 최적만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교수와 기자가 손잡고 `곡선형 삶`을 제안한 것이 이 책입니다. 속도보다는 여유, 획일화보다는 다양성, 목표보다는 여정, 경쟁보다는 화합, 정면 돌파보다는 유연성을 강조하죠. 당연히 `곡선형 삶`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미국 아이비리그로 직행한 우리 엘리트 학생들의 탈락률이 높은 것은 정해진 패턴에서 벗어나기 일쑤인 토론식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랍니다. 연간 근로시간 225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선두를 달릴 정도로 일에 치이는 형편이지만 대한민국에서 평사원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0.96%에 불과하다죠. 세상을 1대 99로 나누는 직선형 프레임은 누굴 위한 것이냐고 지은이들은 묻습니다.
그렇다면 곡선형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책에선 6가지 특징을 제시하는데 하나하나 공감이 갑니다. 볼까요? `더디 가도 걱정하지 않는다`(`느림`이 `빠름`보다 빠르다), `돌아가도 조급해 하지 않는다`(`기적`은 `곡선`에서 잉태된다), `뒤로 가도 아쉬워하지 않는다`(1보 후퇴는 2보 전진이다),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는다`(많이 넘어진 아이가 빨리 걷는다), `내려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내려가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헤매도 불안에 떨지 않는다`(`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등 입니다.
대부분 잊고 살고 행하기 쉽지 않지만 모두 지당한 이야기 아닌가요? 물론 지은이들은 인생이란 `곡선`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고 인정합니다. 인생은 `완행구간`이 있으며 직선과 곡선의 프레임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거죠. 더 많은 것을 더 짧은 시간 안에 달성하려 애쓰기보다 새로운 도전과 끊임없는 자기변신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답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속도의 경쟁이 아닌 스스로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밀도의 경쟁`을 하라는 지은이들의 조언은 귀담아 들을 만합니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직선으로만 이뤄진 마라톤 코스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책 속의 한 문장: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고속으로 질주하게 되면 에너지만 빨리 닳는 게 아닙니다. 직선주로로만 맹렬히 질주하면 볼 수 있는 것도 극히 한정됩니다.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며 고속 질주할 경우 주변의 풍경을 제대로 관찰할 수가 없지요. 반면 곡선주로를 완만하게 운행할 경우 얻게 되는 정보의 양은 차원이 다를 정도로 풍부합니다.
자료제공: 메키아 (www.mekia.net)
문의:eBookman@mekia.net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