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지식통신시대 전문가 좌담회] 5G시대를 열자

4세대(4G) 이동통신서비스가 활성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연구계와 학계는 이미 다음 세대 통신 발전 방향을 논하고 있다. 오는 2020년 전후 상용화가 예상되는 5세대(5G) 지식통신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지식통신은 음성과 데이터 통화 중심의 현 이동통신을 넘어 인간 신경 세포망 수준의 통신서비스.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간 자유로운 통신이 이뤄지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서비스 환경을 구현할 전망이다.

전자신문은 지식통신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3월 초부터 지난주까지 10회에 걸쳐 미래 섹션에 매주 전문가 릴레이 기고 `2020 지식통신시대`를 연재했다. 연재를 마감하며 기고자로 참여한 전문가와 함께 지식통신시대 변화상을 조망하고 과제를 점검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지난 14일 오후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채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

정방철 경상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조동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IT컨버전스캠퍼스(ICC) 부총장

최동진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 경영기획본부장

사회=김동기 방송통신위원회 모바일서비스 PM

◇사회(김동기 방송통신위원회 PM)=모바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무선 환경에서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앞으로 통신네트워크가 신경망 수준으로 진화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사물인터넷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의 감성까지 충족시켜주는 지식통신서비스다.

오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지식통신 시범서비스를 선보이고 2020년 전후로 상용화를 이룬다면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또 한번 도약할 것이다. 먼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지식통신시대 통신망과 단말기 변화상을 그려보자.

◇김채규 ETRI 소장=지식의 중요성이 커진다. 최근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수년 안에 사라질 용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은 지식이다. 단순한 지식은 아니다. 오감을 비롯한 감성까지 함께 전달하는 지식이다. 이에 맞춰 단말기도 고도화한다. 2020년께에는 인간 감성을 전달하고 느낄 수 있는 단말기가 개발될 것이다. CPU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개인 감성을 얼마나 잘 표현하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통신 기술과 단말기가 고도화하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신망이 필요하다. 다른 부문은 발전하는데 통신망만 제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억울한` 망이 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전적인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정방철 경상대 교수=지식통신이라는 개념은 2000년대 중반부터 논의됐지만 논란이 적지 않았다. 통신망에 관한 논란이다. 지금까지 통신망은 그저 빨라지면 발전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전통적으로 통신망은 떨어져 있는 두 개 이상 단말을 연결하고(Connecting), 다수 단말기가 공통 네트워크 자원 환경을 공유하며 상호 접속할 수 있도록 이어주고(Switching), 다양한 연결 경로 속에서 효과적인 길을 결정해주는(Routing) 역할을 수행했다. 콘텐츠가 무엇이든지 간에 잘 전달해주기만 하면 되는 `덤 파이프(Dumb Pipe)`였다.

다가올 지식통신시대는 다르다. 지식통신시대 통신망 키워드는 `스마트 파이프(Smart Pipe)`다. 스마트 파이프는 스스로 판단하고, 불법요소를 필터링하고, 콘텐츠를 섞는 등 자기 판단능력을 가진 지능화된 망이다. 지식통신시대에는 스마트 파이프가 부상한다.

◇사회=지식통신시대에는 서비스와 생태계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최동진 MOIBA 본부장=불과 2~3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 방식까지 바꿔놓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카톡`으로 대화한다. 지식통신시대에는 또다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핵심은 개인에 최적화된 지식서비스가 보편화된다는 점이다. 교육·복지·헬스케어·보안·SNS 등 다양한 서비스가 고도화하는 가운데 모든 서비스는 사용자 목적과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앱 마켓플레이스도 바뀐다. 소프트웨어를 사고파는 장터인 현 앱 마켓은 향후 지식스토어로 발전한다. 네이버 지식인 같은 기초적인 형태 지식 유통이 발전을 거듭해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한다. 누구나 지식을 생산·가공하는 동시에 소비하는 지식스토어 시대가 열린다.

◇조동호 KAIST 부총장=지식통신은 기존 3G, 4G 통신의 연장선, 진화형이 아니라 변혁 (Revolution)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통신이지만 통신은 핵심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기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다양한 요소가 융합하면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식콘텐츠` 서비스라고 봐야 한다.

고객은 갈수록 보다 유용한 지식정보를 원한다. 여러 정보를 조합해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산발적인 정보가 아니다. 가령 고객이 의자를 사려고 한다면 이 사람이 A의자를 원하고, 어디에 가면 A의자를 싸게 살수 있다는 식으로 즉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고객이 어딘가 아프면 지식통신서비스로 세계 최고 의료전문가 수준의 진단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이것이 지식통신시대 서비스다.

◇정방철=사람이 지식을 찾는 이유는 일종의 컨설팅을 바라는 것이다. 단순한 정보뿐 아니라 경험, 노하우, 판세까지 원한다. 지식통신시대에는 모바일이 이를 해결해준다. 종합적인 지식은 어제와 오늘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수도 없이 일어나는 변화를 업데이트해서 반영하는 것은 단말기 네트워크가 제일 잘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통화나 간단한 데이터 전달에 사용되는 기계에 머무르지 않고 서버급으로 진화할 것이다. 현 이동통신 단말기는 서버급 계산용량, DB-팜(Farm)이라 불릴만한 메모리 용량, 최상의 데이터 송수신 능력을 갖추게 된다.

굳이 휴대폰이 아니어도 된다. 사물인터넷 형태로 다양한 단말기가 실시간으로 지식을 생성·가공·저장·분석하는 네트워크 자원을 형성한다. 네트워크 자원은 자체적으로 최적화 기능을 수행하면서 지식을 송수신하고 협력한다. 단말기는 더 이상 데이터 송수신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계산·분석·예측하는 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사회=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발 앞서 지식통신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올림픽, 월드컵 때 우리의 앞선 기술을 뽐냈던 것처럼 세계가 평창을 주목하는 동안 기술력을 알려야 한다.

◇김채규=평창올림픽 기간 중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다. 그들에게 한국의 특별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그것을 지식통신이 할 수 있다. 단순히 외국인들에게 하나의 기술을 선보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을 찾는 선수, 임원단, 관광객, 기업인 등은 저마다 방문 목적과 일정이 다르다. 그들에게 개별적으로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선수단에게는 실시간 경기 운영정보를 제공하거나 관광객들에게는 한국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관광정보 서비스를 전해줘야 한다.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 해외에서 TV로 평창을 만나는 시청자들도 오감을 충족할 수 있는 방송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과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때 경기운영 시스템 구축을 계기로 국내 IT서비스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서도 새로운 산업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

◇사회=참석자 모두 지식이 연계된 고도화된 통신서비스가 미래에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선 미래 변화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동호=2020년에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남이 그려 놓은 그림을 비슷하게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직접 그림을 그려야 한다. 2020년 인간 생활 변화상을 예상해야 한다. 자칫 변화상을 잘못 짚으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가 2020년 지식통신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10여년 뒤 고객이 어떠한 서비스를 필요로 할지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다.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카피`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아이템을 잘 발굴해 확보해야 한다.

◇최동진=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모바일 앱 생태계로 들어왔듯이 새로운 지식생태계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영역 주체들이 참여해야 한다. 지식통신시대에는 정보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 지식 기반 예측형 모바일 서비스로 패러다임이 전환된다. 새로운 융합 서비스도 출현한다. 방송·통신 등 다양한 분야 콘텐츠를 확보하고 미래·창조형 지식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이에 대비하는 인프라 조성도 시급하다. 정부는 미리 지식통신시대 밑그림을 그려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사회=지식통신시대가 장미빛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다. 잘 못 준비하면 여러 문제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채규=지적한대로 지식통신시대는 오히려 우리나라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식통신시대에는 `불량지식` 문제가 발생한다. 유해식품과 마찬가지다. 잘못된 지식은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각 분야 1등 사업자를 찾는 경향이 강해진다. 승자독식 환경이 불가피하다.

지식정보 분야에서 우리가 1등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이를 찾지 못하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식통신시대가 우리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방철=이미 조짐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패드에 익숙한 세대가 자라고 있다. 최근 애플이 다양한 콘텐츠로 e북을 만들 수 있는 무료 앱을 배포했다.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애플 플랫폼에 쉽게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 산업 환경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조동호=미국 MIT와 하버드가 온오프라인 교육 콘텐츠 개발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들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원격 인증, 사이버 저자직강 시대가 열리면 일부 상위 교육기관이 모든 것을 주도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즉각적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최고 법률사무소만 환영받을 것이다. 온오프라인 형태로 지식을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즉각적으로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법률사무소만 살아남는다.

◇사회=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특유의 하드웨어 분야 경쟁력에 힘입어 발전해왔다. 엄밀히 말하면 `잘 극복했다`는 표현이 맞다. 지식통신시대에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서비스, 콘텐츠 분야 경쟁력을 보강하고 정부·기업·사회가 새로운 지식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지식통신시대에 앞서 나갈 수 있다. 좋은 의견 감사하다.

정리=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