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개월 동안 대구에서는 중고생 6명의 꽃다운 목숨이 사라졌다. 상당수가 친구의 괴롭힘과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자살한 학생은 물론이고 친구를 죽음으로 내몬 폭력 학생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는 말밖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올바른 인성을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학교 폭력과 잇따른 학생 자살사건은 최근 뇌 연구에 관심을 촉발했다. 사실 뇌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폭력과 우울증의 근원을 뇌에서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 일부분일 뿐 대부분의 뇌 영역은 신비에 싸여 있다.
뇌 연구는 선진국이 앞섰다. 미국은 지난 1990년 `뇌 연구 10년`을 발표했고, 일본은 1993년 21세기를 `뇌 연구의 세기`로 선언했다. 우리는 지난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한 데 이어 뇌연구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했다.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뇌 분야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자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뇌 연구를 촉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올해 초 학교 폭력이 사회 이슈로 등장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뇌 연구자를 초청,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학교 폭력을 제도 차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뇌 특성을 연구해 잠재 요인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뜻이다.
지난달 뇌 산업의 미래와 방향을 조명한 브레인엑스포(BrainExpo)가 열렸다. 인간 뇌의 가치와 활용에 중점을 둔 행사였다. 뇌 전문가들은 이 행사에서 뇌 융합 시대 한국 두뇌산업의 원년을 예고했다.
한국 최초의 뇌 연구 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뇌연구원도 설립됐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부설로 문을 연 한국뇌연구원은 올가을 연구 활동을 시작한다. 뇌연구원은 앞으로 학내 연구소가 아니라 국내 뇌 연구의 중심에 서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뇌 융합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정부도 지난해 `뇌-신경 IT융합 뉴로툴` 분야를 향후 30년 먹거리가 될 수 있는 6대 미래산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선진국이 앞서는 뇌과학 기반 연구보다는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 인지기능 향상 등 정신건강과 연계된 분야를 집중 탐구하자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뇌과학 분야 정부 간 국제협력기구인 `휴먼 프런티어 사이언스 프로그램(HFSP)`의 뇌과학 국제 콘퍼런스도 오는 7월 대구에서 열린다. 뇌 연구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해는 한국이 뇌 연구 분야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원년이다. 불을 지피기 시작한 국내 뇌 연구 촉진 분위기가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연구자와 정부,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정재훈 전국취재 부장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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