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에 대한 관심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식수원 오염 소식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최근에는 유해화학물질이 폐수처리장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대도시 상수원으로 재유입될 위험이 보고돼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근본 해결책은 유해화학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사전 탐지해 제거하는 것이지만 식수원·지하수 등에 잔존하는 유해 화학물질이 워낙 다양하고 미량이라 완벽한 검출이 어렵다. 2007년 구만복 고려대 교수 연구팀은 새로운 나노·바이오(NT·BT) 융합 기술을 기반으로 핵산 앱타머를 나노바이오 센서 플랫폼 기술과 결합한 휴대형 유해물질 검출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연구 필요성에 동감한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서울시 산학연 협력사업`을 통해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 지원과 함께 4년내 신속·정확한 휴대형 유해물질 검출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홍승훈 서울대 교수 연구팀, 한비세트론 등이 합류했다.
연구팀은 `앱타머(aptamer)`를 이용해 식수 오염물질을 탐지하는 바이오센서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앱타머는 항체처럼 특정 물질에만 달라붙는 고유한 특성을 가진 신물질. 하지만 앱타머를 탑재할 센서 플랫폼 개발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금(gold) 나노입자에 앱타머가 흡착하는 원리에 착안하면서 해법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나노입자에서 분리된 앱타머가 표적이 되는 유해화학물질에 결합해 용액의 색변화를 가져오는 원리가 활용됐다. 연구팀은 유해 물질이 없을 때는 빨간색이지만 유해물질이 있을 때는 파란색으로 변하는 `앱타머-금나노 색도센서시스템` 개발과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높아진 정확성과 낮은 비용은 물론 편리성까지 갖췄다. 앱타머 센서와 시스템은 언제 어디서나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사업화가 본격화되면 선진국 역수출도 기대된다. 하지만 더 큰 성과는 앱타머가 농수산품·축산품 등 먹거리 안전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유해화학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각각의 앱타머가 다수 개발되면 현장에서 간단하게 1차 검출이 가능해 시간, 인력, 예산 등을 절약할 수 있다.
간편한 진단키트 사용으로 국가적 감시체계 의존성과 한계를 벗어나 농축산업 현장에서 누구나 직접 유해물질을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를 총괄한 구만복 교수는 “나노바이오 센싱 시스템 분야가 갖는 가능성에 비하면 지금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것”이라며 “SBA와 함께 앱타머가 국민 먹거리 안전의 든든한 지킴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