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유명사가 돼버린 `페이스북(Facebook)`이 18일(현지시각) 기업공개(IPO)를 단행한다. 28세의 최고경영자(CEO)가 고작 8년 만에 아프리카 대륙 인구에 버금가는 회원 수(9억명)를 가진, 어지간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가치(1000억달러)를 지닌 기업을 일궈냈다. 이 숫자만으로도 세계인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페이스북 행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진짜 이유는 앞으로 펼쳐질 `소셜 경제` 생태계에 있다. 온라인 방명록으로 시작해 단순 친교 도구에 그쳤던 역할에서 각종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통합하는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에 페이스북 가치가 고평가 됐을 뿐 아니라 성장을 위협하는 여러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람·데이터·UI가 자산=페이스북의 경쟁력은 뭘까. 당연히 9억명이 넘는 가입자 수다. 기존 인터넷서비스와 달리, 실제 이용하는 수도 가입자 수의 90%가 넘는다. 이용자가 페이스북에 머무르는 시간은 한 달 평균 7시간. 2위인 유튜브(2시간)보다 세 배가 넘는다.
개방적이고 쉽고, `좋아요`처럼 참여를 이끌어내는 유저인터페이스(UI)는 이용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페이스북에 일상을 적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곧 페이스북이 되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핵심은 그동안 이용자들이 나눈 정보와 활동이다. 8년간 고스란히 쌓여 거대한 데이터 덩어리가 됐다. 하루에만도 새롭게 생성되는 좋아요, 댓글 등 데이터 수가 27억개에 이르고 사진은 2억5000만장이 넘는다.
무어 인사이트 창업자 패트릭 무어헤드는 “페이스북이 좀 더 나은 검색 기능을 가진다면 이 사이트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소셜 경제` 플랫폼 되나=충성도 높은 고객과 방대한 데이터, 그리고 외부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춘 페이스북은 앞으로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이 IPO로 수혈한 자금(150억달러 규모로 추정)을 기반으로 모바일 비즈니스를 확충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셜 플랫폼으로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한 디딤돌이다. 지난주 페이스북 전용 앱스토어를 발표한 것도, 바이두와 손잡고 독자적인 모바일 운용체계(OS)에 나선 것도, HTC와 자체 스마트폰을 개발하기로 한 것도 모두 이 같은 전략을 고도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에서 일어나는 전자상거래, 이른바 `f-커머스`는 인스타그램 인수와 IPO를 계기로 한 단계 진일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견제와 위협을 넘어설까=급성장 중인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1000억달러가 넘는 기업가치가 `거품`이라는 논란에서부터 `광고효과가 없다`는 설문조사에 이르기까지 넘어야할 공격이 첩첩산중이다.
IT블로그 미디어 테크크런치가 페이스북 IPO를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 `페이스북을 위협하는 것들(The Biggest Risks To Facebook`s Business)` 결과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많은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특허소송 우려, 인수합병의 실효 등의 측면을 우려했다. 또 정부의 규제와 구글 플러스 같은 경쟁사의 움직임도 위협요소로 들었다.
바클레이스 존 애밀슨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