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왝 더 도그(Wag the dog)

`왝 더 도그(Wag the dog)`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말로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좌우할 때 주로 쓰인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의미다.

지식경제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최근 논의되는 정보기술(IT) 거버넌스 관련 얘기를 하면서 이를 `왝 더 도그`에 비유했다. IT가 다양한 산업과 결합되는 융합 트렌드에서 IT독임부처가 생기면 그 부처는 정부조직 특성상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IT 성장률은 5%에 그친 반면에 IT융합 성장률은 12%로 전망됐다. IT융합이 IT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필연적으로 IT독임부처가 IT융합, 나아가 기존 산업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IT독임부처는 기존 산업 담당 부처와 협력보다 경쟁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IT독임부처에 힘이 실리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 더 도그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IT 분야를 뺏기기 싫은 지경부의 논리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나름 일리 있는 주장이다. 물론 꼬리(IT)가 몸통(다른 산업)을 흔드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 전제는 몸통이 꼬리의 소중함을 알고 제대로 활용할 때 성립될 수 있다.

주요 산업에서 IT는 이제 꼬리를 넘어 심장이 됐다. 그만큼 현재 진행되는 IT 거버넌스 논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IT산업의 중요성보다 각 부처나 관계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듯하다. 왝 더 도그 상황이다.

IT 거버넌스 논의가 어떤 형태로 정리되든 국가 발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고민하고 진행됐으면 한다. 말 그대로 꼬리(이해관계)가 몸통(국가 발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홍기범 전자산업부 차장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