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거버넌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문화 부총리 신설”

“지금은 종합적인 국가문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산업을 담당할 부총리급 부처 신설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부와 구 정보통신부 및 외교부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부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전 장관은 “미국은 부통령이 직접 정책을 결정하게 해 주고 있다”며 “문화강국을 만들고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선 이 같은 조직개편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형태의 조직개편이 이뤄진다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문화에서도 성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ICT거버넌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문화 부총리 신설”

지금은 주요 부처들이 협력보다는 거의 배타적으로 움직이며, 심지어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방송 정책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간에 업무 중복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교류와 관련해선, 외교통상부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어령 전 장관은 “문화는 홀로서기가 힘들다”면서 “은퇴한 노인에게 지팡이가 필요하듯이 문화부는 다른 부처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소위 `문화 지팡이론`이다. 그는 “문화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기는 힘들지만, 외교력과 군사력과 결합하면 힘 있는 문화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총리급 부처 신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문화와 IT를 연결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 전 장관은 “문화부와 정보통신부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무총리실 또는 모든 내각과 연결돼 있는 정보문화위원회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콘텐츠 생산은 물론 이를 전파할 뉴미디어 및 해외에서 한류를 전파할 종합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문화전문가와 IT채널 전문가와의 협력이 가장 급선무다. 경제력, 군사력 다음에 중요한 스마트 파워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한류가 만나 생성되는 소위 `스마트파워`는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앞설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생명이 자원이 되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소통`이 상품이 되는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애국·애족이 아니라 나를 개발하는 것, 즉 자기실현이 중요한 시대”라고 분석했다. 이 전 장관은 “문화는 문명지수와 일치하지 않으며,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보다 정보감성과 문화자원에서 앞서 있다”고 밝혔다. 과거 데카르트 시대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이어야 했지만, 21세기 현 사회는 (사람들이)느껴야 움직인다고 그는 해석했다.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으로 발전하긴 위해선 디지로그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문화는 신·구, 여·야라는 좁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결합한 디지로그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립이 아니라 협력 만이 한국판 페이스북이 나오고, 국내에서도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배출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이를 위해 IT 및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합문화 행정을 펼치기 위해선 전자 및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자리터러시는 세계 1위이고, 초고속 브로드밴드를 통한 전파력 역시 속도가 가장 빠르다. 한국의 IT발달은 미래 지향적인 한국인들의 습성을 반영한다고 그는 분석한다.

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소스가 합쳐져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8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의 성공 역시 아날로그상 인적 자원,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온라인에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예를 들었다.

한류에 대한 생각도 피력했다.

이 전 장관은 “한류는 IT라는 뉴미디어를 통해 문화가 전파되는 최초의 사례”라면서 “아날로그만으로는 한류가 생길 수 없고, UCC 등의 채널이 한류 붐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