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이제는 디지털 기록물 관리에 관심 가질 때

[월요논단]이제는 디지털 기록물 관리에 관심 가질 때

최근 미국 한 주간지는 전자기록매체와 관련해 몇 가지 흥미로운 기사를 전했다.

첫째, 세계적으로 디지털 데이터 소멸 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전자기록이 희미해지는 현상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둘째, 기록과 관련한 기술적 장치가 너무 빨리 변하고 예전에 쓰던 기록 독취기가 급속히 사라져 예전 기록을 읽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이 주간지는 2035년이 되면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연구하려고 해도 전자 자료가 소멸돼 연구가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전자기록이 일반화해 디지털 기록물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정보화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그 기사는 매우 충격적이다.

미국에서는 전자기록보다는 종이기록이 오래가는 것에 착안해 중요한 전자기록물을 종이에 인쇄해 국립도서관 같은 곳에 보관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모든 디지털 자료를 종이 인쇄 형태로 저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디지털 자료를 도서관 등에서 보관해 관리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이 경우 세월이 흐르면 전자자기 기록물이 자동으로 소멸하게 되는데,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전자자기 기록장치도 주기적으로 `거풍`을 해줘야 할 것 같다. 거풍이란 조선왕조 시대에 책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바람을 쏘인 제도다. 전자시대의 거풍은 파일을 새 장치에 복사하는 작업이다. 전자자기 기록물에 전자자기력을 새로 공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자기 기록물 자동소멸 현상과 관련,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주요 기억장치였던 마그네틱 테이프에 든 방대한 자료와 1990년대의 플로피 디스크에 들어 있었을 자료 관리도 걱정된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 혹시 사라질 수도 있는 소중한 자료를 관리 복원해야 할 것이다. 2000년의 Y2K 문제를 1960년대와 1970년대 코볼(COBOL) 세대가 해결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다음 문제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술이다. DRM은 `판매 이후`의 지식재산권을 기술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자격 없는 사람의 이용을 제한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판매 이후 출판사나 관리회사가 사라지면 도서관 등에서 그 기록을 열람할 수 없게 돼 기록물 관리에 문제가 된다. 미국 등지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DRM 부착을 제한하는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우리도 참고할 수 있는 정책이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하는 개인정보보호법도 기록 관리에 문제 소지가 있다. 파일 내용을 암호화해서 보관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관련 파일을 암호화해서 저장해야 하는데 어떤 이유로 암호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그 파일은 열어 볼 수 없다. 기록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보공개법은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 정보공개 시기를 정보발생 시점 이후 10년 또는 20년 후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요 자료를 디지털화 했다. 디지털 자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귀중한 자료는 영원히 소멸된다.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가 무색하게 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기록문화 관리 선진국이다. 그리고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 가운데 가장 큰 선물은 잘 관리된 기록물이다.

유엔 전자정부 1등의 여세를 몰아 디지털 기록물 관리에서도 선두 주자가 되도록 노력할 때가 된 것 같다.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ahnms@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