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술 진보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화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디지털화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히려 아날로그적 사고를 동경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자 요구에 맞추려면 앞으로의 정보통신 사회는 진보한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되, 소비자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형태의 서비스로 진일보해서 발전해야 한다. 마치 우리가 자연스럽게 공기를 마시며 생활하듯, 기술 발전이 우리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 인프라 형태로 생활 전반에 녹아 들어가야 함을 의미한다.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는 1998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Auto-ID 랩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05년 ITU-T에서 `The Internet of Things`라는 연차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사물인터넷은 미래 정보기술(IT) 산업 혁명의 모든 구조를 담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 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는 사물인터넷을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사물(things)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에 언제 어디서나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정보통신 기반”이라고 정의했다. 즉, 사물인터넷은 명실상부한 유비쿼터스 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공간은 특정 기능이 내재된 컴퓨팅 기기들이 환경과 사물에 심어져 환경이나 사물 그 자체가 지능화되는 것부터 시작된다.
2012년도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사물인터넷은 미래 10대 중점 IT의 하나로 분류된다. 현재 세계에는 15억대의 PC와 10억대의 휴대폰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향후 2020년까지 약 500억∼1000억대의 사물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물인터넷 세상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가상공간의 객체 통신까지 포함한다면 인터넷에 연결하는 잠재적 사물의 수는 약 100조개에 이를 전망이다. 사물인터넷은 실제공간 상 사물 간 통신뿐 아니라 가상공간 상 사물 통신을 포함하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세상으로 부각했다.
정부에서도 앞으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사물인터넷 서비스 보급·촉진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에 발맞춰 기술 및 표준 개발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국내 이동통신 3사와 단말기 제조업체도 차세대 모바일 서비스로 떠오를 사물인터넷 지원용 단말과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우리에게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제공해주는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주위 모든 사물 간 통신으로 주변 정보 수집이 가능해져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따라서 사물인터넷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적절한 규제와 지침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사물인터넷 구현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법·제도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곧 사물인터넷 세상에서는 기존 TCP/IP 기반형 북미 중심의 인터넷 거버넌스를 유럽 중심의 새로운 구도로 변화시켜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IT 선진국인 우리나라도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에 대비해 기술 및 표준 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사회·개인 생활이 좀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제도적 불비가 기술 진보와 상용화를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기술과 제도 측면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hn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