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자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특허괴물(Patent Troll)의 공세가 거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자국 특허 전문업체인 아누가 제기한 `개폐식 USB 커넥터`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전 방위 조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달 중순 아누의 특허 침해 제품에 대한 자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 신청을 받아들여 한 달여 만에 나온 조치다.
이번 특허 침해 조사는 대상 품목과 업체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특허괴물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디지털카메라·MP3플레이어·무선 모뎀을 비롯해 USB를 2차 저장장치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전자 제품이 대상이다. 개폐식 USB 커넥터는 먼지 등의 유입을 막기 위해 USB 커넥터에 커버를 부착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때 보이지 않게 감추는 제품을 포괄한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중국 화웨이, 일본 히타치·파나소닉 등 정보기술(IT) 및 전자 기기를 생산하는 45개 업체가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아누가 노리는 것은 이들 업체의 자사 특허 침해 여부를 증명해 막대한 로열티를 얻는 것일 것이다. 최근 특허 자산만을 보유한 지식재산(IP) 전문업체가 급격히 늘었다. 특허괴물의 횡포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문제는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한 대기업보다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지난 2010년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국제 특허 분쟁 건수는 대기업을 추월했다. 전문 특허 인력을 보유하는 것이 태생적으로 힘든 중견·중소기업의 생사까지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중견·중소기업에 산재한 특허 자산에 유연한 사고와 공동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시도한 특허자산 펀드 구성 등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