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완전히 멈춘 일본이 한 달도 채 안 돼 원전 재가동 논의에 불을 지핀다. 가중되는 전력난으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력 업계의 하소연이 이어졌고, 정부 내에도 여름철 의무절전 대책만으로 수급이 불안하다며 원전 불가피론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원전 공포를 경험한 국민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재가동 여부에 국민적 합의가 모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원전 멈추고 전기료 인상=지난 23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문가회의를 개최하고 도쿄전력의 전기료 인상안을 심의했다. 인상안은 사용량이 많을수록 가격 인상 비율을 높이는 차등부과제를 가정에도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최대 60암페어를 사용하는 가정에 12%의 인상률을 적용한다. 전기료는 공청회를 거쳐 7월부터 인상할 방침이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많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원전 가동을 전면중단한 일본은 전력난에 직면했다. 지난 5일 홋카이도 도마리 원전의 가동중지를 끝으로 전국에 있는 50기 원전을 모두 세웠지만 수급 전망이 불투명하다. 원전이 만든 전력은 일본 전체 전력의 3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대부분 화력발전으로 대체했지만 원전에 비해 단가가 높아 어쩔 수 없이 전기료를 올려야 한다는 게 전력업체들의 주장이다.
도쿄전력은 내년 4월께 가시와자키 원전을 재가동하지 않으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평균 15.87%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원전을 다시 가동하지 않으면 비싼 전기료를 감수하라는 식이다.
◇원전 재가동 `갈팡질팡`=경제산업성 자문기관인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는 지난 21일 회의에서 2030년 원전 의존 비율 검토안에 새로 15% 감소안을 추가했다. 당초 검토한 0% 감소안과 2010년 수준인 20~25% 유지안, 35% 증가안 등에 덧붙였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탈원전` 계획과는 다른 검토가 이뤄지는 셈이다.
자민당 종합에너지정책 특명위원회는 원전 사용 여부를 검토하는 최근 회의에서 결정을 유보했다. 이번 회의에서 원전 재가동 불가피론을 내세운 일부 의원의 주장을 회의록에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과 유력 정당 내에서 원전 가동과 폐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 반면에 여론은 반대 의견으로 기울었다. 일본 전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원전 사고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이 최근 오이 원전 재가동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가 63%였다. 반대 이유로 77%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원전 재가동 논의는 국민의 정부 불신에 막혀 계속 난항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