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융합연구그룹 박사
정부가 로봇 산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이다. 나는 2006년부터 3년 동안 성장동력 로봇 산업단장을 맡으며 국내 로봇 산업 육성에 상당 부분 관여했다. 로봇은 적용 영역이 굉장히 광범위해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부족하다.
IT 시장 트렌드가 클라우드·소셜네트워크·빅 데이터 등으로 전환되면서 로봇 산업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았다. 구글은 `구글X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경쟁력을 쌓고 있다. 100여개 혁신 기술을 개발하면서 하나씩 세상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지능형 로봇 개발을 추진해왔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로봇 개념을 확장해 △도구로서 로봇 △센서로서 로봇 △사회적 약자 생활을 돕는 로봇 등으로 재발견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로봇 플랫폼 문제도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 로봇 원천 기술이 개발되면 이것을 공유하고 심을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 이 틀이 바로 플랫폼이다.
로봇은 빅 데이터 트렌드와도 굉장히 밀접하다. 로봇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수집에도 로봇을 활용할 수 있다. 미국에 있는 한 기업은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로봇을 항해시켜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전시관 행사에 비치된 로봇조차 사용자 경험(UX)의 기본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있다.
◇정원민 이산솔루션 대표
기업에는 로봇으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로봇 분야에 10년 동안 종사하면서 많은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SW 요소·인공 지능·사람과 로봇의 상호작용·극한 상황에서 로봇이 작동하는 방법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실 있는 연구개발이었다기보다는 외형에만 치중했다는 반성도 한다. 나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로봇 개발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해당될 것이다.
우리나라 로봇 개발 현황을 보면 외형적으로는 일본·독일보다 더 좋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어렵다고 회피했던 기술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자책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문에 집중해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사한 전략이 로봇 산업에도 힌트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가 초기 SW 역량 부족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했지만 HW 경쟁력 향상에 집중해 다시 전세를 뒤집었다. 마찬가지로 우리 로봇 산업도 외형에 주력해온 만큼 나름 경쟁력이 있다.
KT 등 통신사업자들이 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삼성전자와 같이 대량으로 디바이스를 확산시킬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중장기 전략 구상이 늦은 감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개발된 기술을 집약해서 스타 기술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사업을 하기 힘든 점은 이해하지만 꼭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21세기 들어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가 로봇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로봇에 너무 관대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로봇을 비판하면 마치 미래 지향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제는 로봇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야 할 시점이다.
아직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은 없다. 항상 로봇 옆에는 인간이 존재한다. 인간과 로봇의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동안 인간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로봇 제품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장애인이 로봇 슈트를 입고 마라톤을 완주해 이슈화된 것도 인간성이 부각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로봇이 인간을 돌본다는 것은 굉장히 비인간적인 일이다. 그 대상이 노인이든, 어린이든 마찬가지다. 인간은 적절한 거리에 있는 로봇을 원한다는 것을 기업들이 유념해야 한다.
로봇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입증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첨단 제조업을 자국에 유치해 일자리를 가져오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로봇 자동화로 중국으로 나간 일자리를 다시 가져오겠다는 계산이다. 로봇으로 제품을 생산해 원가가 급격히 떨어진다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선진국이 다시 제조 기지로 부상할 수도 있다.
개발 측면에서는 연구원들이 집중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한 사람이 여러 로봇을 개발하는 구조다. 제대로 된 연구를 한다면 한 사람이 일생 동안 개발할 수 있는 로봇은 많아야 3~4개에 불과하다. 상당한 열정을 지닌 연구원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원의 역량이 분산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 벌어진다면 굉장히 큰 문제다.
너무 거창한 개념을 로봇으로 끌어오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빅 데이터·클라우드 등을 로봇 개발자가 직접 할 필요는 없다. 개발된 기술을 빨리 가져와서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제발표 : 김학도 지경부 신산업정책관
■패널 :
-김홍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융합연구그룹 박사
-정원민 이산솔루션 대표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사회 :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연구위원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