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영화다. 그레고르 슈니츨러 감독의 영화 `클라우드`. 제작된 지 5년, 부천국제 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뒤늦게 개봉한 이 영화가 당시 심심찮게 회자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였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 한 마을이 원전 사고로 쑥대밭이 된다. 탈출하려는 주민들의 아우성,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나는 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한국 영화포스터 제목은 이랬다. `원전 대폭발! 방사능 유출! 죽음의 구름이 몰려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문장만 봐서는 원전 사고가 아닌 원자폭탄 얘기다. 원전 사고는 폭발을 수반하지 않는다. 사용하는 원료가 원자폭탄과 달라서다. 시커먼 `방사능 구름`도 만들지 않는다. 방사능 물질이 구름처럼 모일 수 있지만 육안으로 볼 수는 없다. 내용도 사실과 거리가 먼 설정이 많다. 흥미 진작을 위해 다소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설정을 도입한 듯하다.
국내 한 시민단체가 원전 사고 예측 자료를 내놨다. 고리1호기에 체르노빌급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암 사망자가 최다 85만명, 급성 사망자가 1만7473만명 발생한다고 한다. 예상 피해액은 무려 438조원에 이른다. 영광1호기에 같은 규모 사고가 발생하면 암 사망자는 55만명에 이른다.
이 예측은 나름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심각한 오류를 안은 이 예측에 우려를 표명했다. 예측은 국내 원자로형의 고유안전도 개념과 국제기준에 이해가 부족했다. 분석의 기초인 체르노빌 사고 역시 갑상선 암 이외의 치명적 암 발생률 증가는 없었다.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방사선으로 인한 급성 사망자는 없었다. 다양한 가정 아래 원전 사고 피해를 추정한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피해를 비현실적으로 극대화한 점은 문제다.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 같은 설정이다.
윤대원 벤처과학부 차장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