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을 막론하고 이용자의 망 이용 공평성을 보장하고 편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행 정액제 요금제도는 소수 초다량 이용자를 위해 대다수 소량 이용자가 요금을 보전하는 불합리한 구조다. 이용자 간 망 이용 공평성 보장 취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액제 요금제에서 이용자 망 이용 공평성은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초고속인터넷 초다량 이용자 상위 20%가 전체 데이터 이용량(트래픽)의 72%를 유발했다. 하지만 2011년 초다량 이용자 상위 20%의 트래픽 점유율은 95%로 급증했다. 최상위 초다량 이용자 5%가 전체 트래픽의 49%를 차지하는 반면에 전체 이용자의 50%가 유발하는 트래픽은 3%가량에 불과했다.
이동통신은 이보다 심각하다. 초다량 이용자 1%가 전체 트래픽의 45%를 독점하고 상위 40% 이용자가 트래픽의 99%를 유발하고 있다. 정액제 요금제의 불합리함이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용량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정액제를 대체하고 이용자가 실제 이용한 양에 따라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소득계층 간 정보격차를 확대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고 망 이용률 하락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 등 사회 전반에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총량제가 실질적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망 사업자 채산성 악화를 보전할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또 망 사업자 간 과잉 경쟁과 과잉 투자 손실을 이용자에게 떠넘기려는 불순한 의도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정액제가 우리나라 유무선 통신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총량제를 도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망 사업자는 정액제로 고정적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 트래픽 증가에 따른 설비투자 부담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포화로 신규 가입자가 급감한 상황에서 기존 정액제로는 트래픽 증가에 따른 과도한 투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극소수 초다량 이용자의 망 과다 이용과 독점으로 인한 이용자 간 차별을 최소화하고 사업자의 지속적 망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총량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스팸메일과 불법 복제물 유통 등 불필요한 트래픽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도 총량제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총량제가 인터넷 중독 등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액제는 초다량 이용자의 망 과다 이용을 조장함은 물론이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초다량 이용자가 제한 없이 망을 이용, 음악과 영화, 프로그램, 음란물 등 각종 자료를 과다하게 수집하고, 이는 결국 음반과 영화 산업의 악화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은 정액제의 대표적 폐해로 거론된다.
총량제는 이용자의 망 이용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대다수 이용자가 기본적인 망 이용에 아무런 불편이 없을 정도의 이용량을 보장하고 이용량에 비례해 요금을 추가 부과하는 게 골자다. 총량제가 적용되더라도 실제로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시장 논리에 의거해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총량제가 도입되면 소수 초다량 이용자 비용 부담은 커지는 반면에 대다수 소량 이용자는 정액제보다 요금 부담이 경감된다. 이용자 간 망 이용량이 상당한 차이가 나는 만큼 총량제가 이용자 간 형평성을 맞출 수 있는 합리적 수단이다.
망 사업자 고위 관계자는 “정액제가 유지되는 한 상위 이용자 50%가 트래픽 97%를, 하위 50%가 트래픽 3%를 차지하는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구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액제의 모순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선망 사업자는 총량제에 의거, 극소수 초다량 이용자가 망 이용에 따른 요금을 부과하면 소수 대다수 이용자에게는 망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정도다.
초다량 이용자의 망 독점이라는 왜곡된 이용 행태를 바로잡고 이용자 간 차별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량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총량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초다량 이용자의 유선 트래픽 점유 현황〈자료: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초다량 이용자의 무선 트래픽 점유 현황〈자료: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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