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스마트`는 생활이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5/30/288378_20120530163458_344_0001.jpg)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스마트(smart)`를 입력하면 매일 수천 건의 정보가 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스마트한 가전제품이 쏟아진다. 스마트폰 인기는 정보기술(IT) 시장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우리가 생활하는 아파트와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 산업도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었다. 스마트 열풍이 불지 않는 조용한(?) 곳을 찾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부분 스마트라는 이름을 붙인다. 스마트가 붙지 않으면 구닥다리 기술로 치부된다. 지금보다 빠르고 지능적인 컴퓨터, 그래서 인간을 도와주거나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을 스마트하다고 말한다.
스마트 기술은 이제 창조의 영역까지 도전한다. 미국 시카고 소재 벤처기업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는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야구 경기 자료를 미리 입력해 놓고 대회가 끝난 후 결과표를 제공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경기 내용을 기사화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자료를 요약하는 수준이지만 데이터를 수집해 기자처럼 장문의 글을 작성하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언론계와 학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인간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독특한 방식을 컴퓨터가 흉내 내기는 어렵다. 사람처럼 글에 주장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스마트 기술은 사랑까지 넘본다. 빅토리아대학 미래학자 이언 여먼과 성과학자 미셸 마즈는 2050년 홍등가 변화 양상을 예측하는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인간과 섹스 관광`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들은 조만간 인조인간 매춘부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측했다. 미래 관광객은 1만유로 정도를 내면 스마트한 섹스 로봇으로부터 마사지는 물론이고 성행위까지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인간과 성적 접촉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죄책감도 덜 하고 배우자 등 주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섹스 로봇은 박테리아에 내성을 지닌 섬유질로 만들어진다. 사람 몸에서 나온 체액도 자동으로 청소한다. 그래서 고객과 로봇 사이의 접촉으로 질병을 옮기는 일도 없다. 완벽한 섹스 파트너로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는 스마트한 세상이 다가올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실제로 사람들이 스마트를 외치며, 성능 좋은 제품은 모두가 스마트 기술로 정의되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모든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Everything is nothing)`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스마트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스마트는 특정 기술이나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첨단 디바이스라고 해서 무조건 스마트를 붙이면 현실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진정 달나라를 정복하기를 원한다면 성능 좋은 산소호흡기(디바이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처럼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스마트는 어느 한 곳을 화려하게 비추는 네온사인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어두운 곳을 향해 퍼져나가는 생활 속 기술이다. 화려한 첨단 기술만을 자랑하는 제품은 오히려 스마트하지 않다. 낮은 곳으로 흘러가던 물이 어느덧 거대한 바다를 형성하듯, 조그만 기술이 모여 스마트한 생활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스마트 시대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이 혁신의 대상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은 답이 없다. 그러나 스마트 기술 발전이 생활 혁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생활 혁신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여기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