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한 대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수많은 검사가 필요하다. 배기량·연비 등 기본 성능 검사에서 안전성까지 시험 항목만 수백 가지에 달한다. 수많은 검사 툴이 있지만 가장 정확한 방법은 역시 직접 신차를 사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충돌 시험 한 번으로 날려 버리기에는 비효율적이다.
대안이 가상의 공간에서 시험해 보는 시뮬레이션 기법이다. 알테어는 시뮬레이션의 기본 프로그램인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분야에서 최고의 인지도를 갖춘 기업이다. 회사 주력 제품인 `하이퍼워스(HyperWorks)`는 대학과 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문성수 한국알테어 대표(44)는 “자동차·제조 분야에서 알테어 브랜드는 컴퓨터 분야의 애플과 같다” 며 “높은 인지도는 그만큼 사용하기 편하고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테어는 시뮬레이션 분야의 글로벌 간판 기업이다.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플랫폼인 하이퍼웍스, 주문형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기반한 `PBS웍스` 등 주요 제품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연구소 등 관련 분야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한다. 엔시스와 함께 사실상 세계 시장을 양분한다.
“알테어는 85년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로 출발했습니다. 컨설팅이 주요 업무였는데 당시 나온 프로그램이 다소 비효율적이어서 아예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면서 소비자가 필요한 기능 위주로 제품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아 아예 업종을 소프트웨어 쪽으로 틀었습니다.” 문 대표는 “알테어가 성공한 배경은 제품도 좋았지만 다양한 고객 요구 사항에 충실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테어는 제품을 판매한 이 후 사용자가 완전히 기능을 숙지할 때까지 철저하게 교육해 주기로 정평이 나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 라이선스 프로그램도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유연하다. 총량 개념으로 제품을 구입하지만 자사 제품을 포함해 다른 제품까지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는 형태다. 그 만큼 소비자는 싸게 프로그램을 구매하고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알테어는 이 방식을 특허로 출원해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시켰다. 문 대표는 “기업 문화에서 비즈니스 모델까지 선발 업체와 차별화한 결과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고 말했다. 알테어는 설립 20년만에 1500여명 인력으로 16개 국가에 40개 지사를 둔 전형적인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는 2001년 진출했다. 최근에는 빅 데이터 솔루션 기업을 인수하고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문 대표는 알테어 제품을 국내에 연착륙시킨 장본인이다. 2001년 알테어가 국내에 진출할 때 창업 멤버로 합류해 2010년 대표를 맡아 3년째 한국알테어를 이끌고 있다. 대학 때부터 해석과 역학용으로 알테어 제품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공급자로 변한 독특한 케이스다.
계공학을 전공한 문 대표는 PC통신 1세대다. 군대에 있을 때 매킨토시에 빠져 컴퓨터에 맛을 들였고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한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 등 PC통신에 푹 빠졌다. 문 대표는 “대학원 때 인터넷 전용선이 학교에 깔리고 넷스케이프·모자이크·한메일과 같은 인터넷 기업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다”며 “매킨토시용 3D 프로그램으로 특강도 하고 컴퓨터 잡지에 3D 관련한 기고하는 등 전공 못지않게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친숙했다”고 말했다. 이 후 기아자동차에 입사했지만 IMF로 부도나면서 알테어 본사에 입사했다가 한국 지사를 맡았다. 문 대표는 “국내 시뮬레이션 시장에서 알테어는 이미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며 “앞으로 `빅 데이터` 분야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