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받고 가스를 그린에너지에 포함시킨 EU

유럽연합(EU)이 기업들로부터 로비를 받고 그린에너지에 투입할 공적자금을 가스산업에 지원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영국 가디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EU가 태양광, 풍력 등 그린에너지에 지원하기로 한 자금 중 일부를 가스업계에 사용하기로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유럽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800억유로를 투자하는 `호라이즌 2020`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가운데 약 300억유로를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문제는 초안에는 없던 가스가 중간에 `그린에너지`로 둔갑,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자료에서 EU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줄이는 데 가스가 공헌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스를 포함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저탄소 에너지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가스를 `저탄소 에너지`로 규정한 것이다.

가디언은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배후에 가스업계 로비가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 사태가 일어나 원전 가동이 어려워지자 가스를 대체 에너지로 정착시키기 위해 로비그룹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로비 업체 가운데에는 셸, GDF 수에즈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포함돼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들은 특히 `셰일가스(이전보다 깊은 곳에 존재하는 셰일 지층에서 뽑아낸 가스)`에 투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셰일가스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이를 그린에너지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그린에너지는 값싼 가스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며 “가스의 황금시대가 기후에 대해서도 황금시대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