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보화 발전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대표적 과제가 상세 제안요청서(RFP)와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제도 도입이다. 공공정보화 사업의 예산 중복을 막고 공공정보시스템의 품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두 제도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다. 문제는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다.
상세 RFP를 작성하든 PMO 제도를 도입하든 발주처 정보기술(IT) 인력이 똑똑해야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자체 IT 역량이 관건인 것이다. 상세 RFP 제도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력 양성 노력을 병행한다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PMO 제도는 상황이 다르다.
주요 프로젝트마다 PMO 사업을 발주한다면 PMO 제도는 단순히 공공정보화 프로젝트의 발주 횟수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PMO 프로젝트가 발주처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자칫하면 정부가 PMO 컨설팅 시장을 열어주는 것밖에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공공기관 스스로 프로젝트와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을 높여나가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하는데 말이다.
지식경제부가 올해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다섯 군데 시범 적용을 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발주된 두 군데 사업은 과연 PMO 발주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소규모 사업이다. 이런 식으로는 공공정보화 역량 강화와 공공정보시스템 최적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공공기관 내에 자체 PMO 역량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떨까. 공공 IT 역량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산하에 범정부 PMO를 두는 것이다. 경험 많은 전문가들을 영입하거나 복수의 컨설팅 업체와 연간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범정부 PMO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정부 프로젝트에서 PMO 역할을 수행하거나, 전문업체가 참여하는 PMO 프로젝트에 해당 기관의 IT 인력과 함께 공동 PMO로 참여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별로 PMO 사업을 발주하는 식으로는 기관별로 중복된 서비스의 점검이나 시스템 통합 등을 하기 힘들다. 정부 스스로 고급 PMO 역량을 확보하고 그 경험과 노하우를 확산함으로써 공공 IT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PMO 제도는 PMO를 일회성 프로젝트 관리 역할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 PMO의 역할은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이어져야 한다. 공공기관 간 서비스 융합이 필요한 만큼 프로젝트 통합과 포트폴리오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고급 아키텍트급 자체 PMO 인력이 필요한 이유다.
박서기 비즈니스IT부장 sk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