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구축 중인 대형 연구시설 가속기에 대한 유효성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발전의 핵심 장비인 만큼 구축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 예산투자 대비 효율성을 재검토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는 지난 2010년 12월 마련한 `국가대형연구시설 구축지도` 내 가속기 구축계획에 대해 최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국과위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구축지도에 대한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김대형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교수는 “가속기 구축은 1조원 이상이 투자되고 막대한 운영비가 들어가는 만큼 신중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순차적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교수는 “가속기는 구축비뿐만 아니라 막대한 유지보수와 운영비가 소요 된다”며 “가속기 혜택을 받는 사람보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진연구자의 경우 기초기자재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실정에서 가속기에만 막대한 재원을 쏟는 것에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가속기 개발 인력은 있지만 이를 유지·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에 최선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원형가속기를 통해 노벨상을 받는 등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며 “우리나라는 물리연구를 위해 중이온가속기를 이제 구축을 시작하는 가속기 후진국으로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노도영 광주과기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가속기 사용자는 나노, 바이오 등 불특정 다수가 소형장비로 할 수 없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며 “투자대비 경제적 관점에서도 가속기 구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위가 마련한 대형연구시설 구축지도에는 글로벌 연구경쟁력 확보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5대 분야 69개 중점 대형연구시설과 투자 우선순위가 설정됐다. 이 가운데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21개 시설에 `차세대 다목적 3.5GeV 방사광가속기(이하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포함됐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오는 2014년부터 6년 동안 구축된다. 이와 별도로 4000억원을 투입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도 구축 중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0년에는 포항 3,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양성자가속기, 부상 중입자 가속기, 중이온가속기 등 총 7기의 대형 가속기가 건설된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