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덕성해이` 부추기는 보상규정이라니

요즘도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과거 차체에 흠집 난 승용차를 정비회사에 맡기면 정비회사 직원이 멀쩡한 곳까지 흠집을 낸 후 함께 수리해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자동차 보험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매출을 확대하려는 얕은 수작이었다. 소비자는 같은 보험료·할증률로 더 많은 곳을 수리해주니 좋고 정비회사는 매출이 늘어나서 좋다.

최근에는 값 비싼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파손했을 때 보상받는 스마트폰 보험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하는 모호한 보상규정이 논란이다.

보상 규정 상 스마트폰 사용 중 발생하는 단순 기기고장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또 표면 긁힘이나 작은 외형 변화는 보상 받기 힘들다.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반면, 분실하거나 물에 빠뜨리는 등 전체가 손상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순 고장 때도 물에 빠뜨리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파손한 후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증가한다. 소비자를 도덕적 해이로 유도하는 `나쁜 넛지(Nudge:강요하지 않으면서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힘)`에 빠지게 한다.

자동차 보험회사는 보상을 많이 해 손해율이 상승하면 보험료를 인상해 왔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보험 규정을 악용해 보상받는 얌체족이 늘어나면 보험 손해율이 늘어난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 인상과 서비스 혜택 축소는 불 보듯 뻔하다.

소비자의 건전한 행동양식과 함께 보험 규정 개선도 필요하다. 무조건 안 된다고 단정 지을 일이 아니라 가능성을 열고 소비자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분실하거나 전체 손상이 아닌 경우에도 단말 제조사의 유무상 수리 서비스와 연계해 보상기준을 확대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