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서울 광화문 KT 사옥 15층. 이곳은 구내식당·회의실·강의실 등이 대부분을 차지해 방통위와 KT가 주로 업무를 보는 층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최근 15층 한 귀퉁이에 방통위 1개팀이 새로 입주했다. 2014년 10월 27일부터 3주간 부산에서 열리는 제19차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준비팀 여덟 명이 이곳의 사용자다. 동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업무 분위기는 어디보다 치열하다.
“ITU 전권회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대형 국제 IT행사인 데 아직 국민들이 너무 몰라요. 국민뿐만 아니라 행정부 다른 부처 분들도 이 행사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습니다.”
배중섭 ITU 전권회의 준비팀장은 행사의 중요성을 다른 곳에 알리느라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정식 준비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내년도 예산 확보부터 타 부처 협력을 이끌기 위한 행사 설명, 대국민 홍보 기획까지 준비팀이 모두 책임지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ITU 전권회의는 `IT 세계 정상회의` 또는 `IT 올림픽`에 비유된다. 193개국 정부와 민간회원으로 750여개 기관이 소속된 ITU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연석회의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5대 선출직 선출과 함께 ICT 분야 현안에 대한 글로벌 정책방향을 협의한다. 각국 통신·방송 관련 장·차관 150여명을 비롯해 회의 참석 인원만 3000여명에 이른다. 회의로 인한 경제 효과는 3100억원이 넘고 취업유발 효과도 6000명 이상으로 산정된다. 강성태 준비팀 사무관은 “특히 전시회·콘퍼런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국내 기업의 IT를 세계에 뽐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준비팀은 지난 4월 해외 대사관 파견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배 팀장과 강 사무관, 안영훈 사무관, 김자원 행정주사 네 명으로 꾸려졌다. 배 팀장은 “네 명만으로는 사전 준비팀 업무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산하기관 여섯 곳에서 전문가 한 명씩을 파견 받아 열 명으로 확대키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네 명 파견이 이뤄져 여덟 명으로 팀이 구성됐다.
이들 중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파견나온 엄진우 차장은 IT 관련 국제 행사를 수십번 넘게 다녀온 전문가다. 엄 차장은 가장 최근 행사인 2010년 멕시코 회의와 직전 2006년 터키 회의를 가장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로 꼽았다.
“두 회의 다 민간 기업이 적극 주도해 이뤄졌는 데 터키는 정부가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지방 정부와 기업이 준비하다가 해당 기업이 부도가 나버린 거죠. IT 인프라며 편의시설까지 모두 엉망이었습니다. 반면에 멕시코는 중앙·지방정부가 합심해 변두리 도시던 과달라하라를 ITU 전권회의를 통해 자국 최고의 컨벤션 도시로 키워냈죠.”
ITU 전권회의는 IT 외교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1994년 회의를 유치한 일본은 우츠미 요시오 당시 의장이 왕실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성공적으로 행사를 끝낸 후 ITU 사무총장에 선출돼 8년간 글로벌 IT정책 현안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했다. 안 사무관은 “우리나라 IT 산업은 일본을 앞지르고 있지만 IT 외교력은 한참 뒤쳐졌다”며 “ITU 전권회의 성공적인 개최로 이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권회의가 아시아·태평양에서 치러지는 것은 부산이 두 번째로, 교토회의 이후 20년 만이다.
◇2014 ITU 전권회의는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