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영토 확장을 거듭해 온 구글이 우리 기업이 절반 이상 차지했던 모바일용 오피스 시장에도 손을 뻗쳤다. 국내 모바일 솔루션 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됐다. 정부와 대중소기업이 연계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로 기술과 애플리케이션 내재화 작업을 강화하면서 국내 모바일 솔루션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구글은 지난 수년간 주요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인-하우스(in-house)` 전략을 취했다. 구글 플랫폼 안에는 안드로이드(모바일OS)를 비롯해 동영상(유튜브), 위치정보(구글 맵), SNS(구글 플러스), 이메일(지메일)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들어 있다.
지난달 휴대폰업체(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구글은 최근 미국 모바일용 오피스 프로그램업체 퀵오피스까지 인수했다.
안드로이드폰 오피스 시장은 지난해 인프라웨어·한글과컴퓨터 두 한국 기업이 60%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참을 앞서 있던 퀵오피스는 한국 기업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1위(36%)를 차지했다. 올해는 인프라웨어가 최고 기대작 `갤럭시S3` 선탑재권을 따내 역전이 확실시된다.
구글의 퀵오피스 인수는 한국 기업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패키지에 모바일용 오피스를 기본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앞서 2006년에도 오피스업체 라이틀리닷컴을 인수한 후 웹 오피스 `구글 독스`를 내놨다.
조진호 SK증권 연구원은 “국산 솔루션이 퀵오피스보다 성능에서 앞서 당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구글이 차기 안드로이드 OS에 퀵오피스를 내재화하면 2013년 이후 모바일용 오피스 시장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프라웨어와 한글과컴퓨터도 안드로이드폰 기본 탑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잇따른 구글의 영토 확장은 우리나라 모바일 솔루션 업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솔루션 기업은 과거 피처폰 시대에 브라우저 등 특정 솔루션을 이통사와 제조사에 납품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했다. 스마트폰 시대 들어서는 상당 부분이 모바일 OS 패키지에 내재화하면서 갈수록 독자 생존기반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솔루션업체 A사 대표는 “전문 업체가 대형 플랫폼기업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상당수 기업이 SW 개발 용역사업으로 연명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각 주체 간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과 일대일로 경쟁하거나 세계화 시대에 정부 규제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종식 한국무선인터넷솔루션협회장은 “국내 중소기업은 테스트베드 역량은 앞서지만 시장 창출 능력은 떨어진다”며 “대기업과 정부가 사업화 단계에서 다각도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력을 흡수하기보다는 지분 투자나 M&A로 전문기업 가치를 인정하고, 멘토 제도로 인력 양성에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화 노력도 요구된다. 과거와 달리 해외 지사 같은 물리적 인프라 없이도 글로벌 서비스 공급이 가능한 게 모바일 시장이다. 최동진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기획본부장은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진 모바일 시장에 맞춰 초기부터 적극적인 해외 공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산업계 투자·인력 지원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김정렬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정책과장은 “국내 규제 강화나 국산화 장려로 해외 기업에 대응할 수는 없다”며 “모바일 벤처 투자를 확대하고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자료:가트너, 업계 종합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