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산업 발전을 설명하겠습니다.”
8일 서울 이태원초등학교의 `스마트 교실`에서 6학년 학생이 전자칠판에 뜬 빔 프로젝트 내용을 가리키며 발표를 시작했다. 다른 학생 손에는 스마트패드가 쥐여 있다.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도 스마트패드를 사용한다.

한국의 스마트 교실을 찾은 일본 산학 방문단 입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동인교육사의 모리 다치 대표는 “일본 전체 교실 중 TV와 컴퓨터가 보급된 사례는 절반에 불과하다”며 “스마트 교실은 미래 인재를 키우는데 중요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일본 다마가와대학의 호리타 다츠야 교수는 “방한할 때마다 스마트 교육 현장이 발전을 거듭해 놀랍다”고 전했다.
이태원초등학교의 스마트 교실은 2011년 스마트러닝 정책연구학교로 선정돼 운영을 시작했다. 이 교실에는 스마트패드와 전자칠판, 대형 3D TV, 무인자동 수업 동영상 카메라, 자동 제어 시스템 등 첨단 설비를 자랑한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서울시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 전체를 무선인터넷 공간으로 만들었다.
일본 방문단은 스마트 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알고자 방한했다. 교육 현장 답사가 끝난 후 `선생님이 스마트 기기로 교육할 때 어려움이 있진 않은지, 예산 마련은 어떻게 하는지` 등의 질문을 연신 쏟아냈다.
스마트 교육 현장은 장비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김회경 서울시 교육청 장학사는 “서울시는 교사가 웹 2.0 도구 등을 배울 수 있는 64개 강좌를 만들었고, 교장과 교감을 위한 CEO 연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한국 스마트 교육 참관 열기는 뜨겁다. 오는 13일에는 다카하시 이가라시 후지쓰 FIP 회장 등 10여명이 `디지털교과서 시범학교`인 서울 구일초등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다.
호리타 다츠야 다가가와대학 교수
“정신 차려보니 이렇게 차이가 나더라.”
호리타 다츠야 다마가와대학 교수는 이태원초등학교의 스마트 교실을 보고 한국의 앞서가는 선진 교육과 자국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90년대 ICT 교육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약 10년 간 일본의 ICT 교육이 발전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일본은 ICT 교육이 크게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스마트 교육 갭이 벌어진 이유는 일본의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 때문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스마트 교육` 방식에 주목했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하향식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상향식이다.
그는 발 빠르게 스마트 교육에 대처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며 일본 내 스마트 교육 관련 세미나도 많이 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기기 도입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거나 커리큘럼을 바꾸는 등의 변화는 아직 없다.
호리타 교수는 “학생들이 직접 자료를 찾고 검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능력을 개발하려면 ICT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