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인수로 우리나라 게임 업계에는 넥슨 시대가 열렸다. 규모나 개발력, 자금 등 모든 면에서 넥슨이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 게임 시장에서 넥슨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른바 `독점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풀뿌리 개발사 입지가 좁아들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게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산업은 창업에서 성장,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많은 개발사가 세워져야 좋은 게임이 나오고 흥행에 성공하면 다시 세포가 분열하듯 새로운 개발사가 생긴다. 개발사는 게임 업계의 풀뿌리 같은 존재다.
많은 자회사가 있더라도 넥슨은 김정주 회장을 필두로 한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 넥슨은 하나의 시각으로 서비스할 게임을 고르기 마련이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서비스 업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CJ와 롯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영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처럼 게임 시장에서도 넥슨 줄서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넥슨이 보인 `포식자`로서의 행보도 게임 업계 상생을 해칠 수 있다. 서든어택 서비스를 둘러싸고 CJ E&M과 빚은 충돌이나 피파온라인 계약으로 불거진 네오위즈게임즈와의 불화가 대표적 사례다. 게임 업계 일부에서는 “넥슨이 업계를 장악하면 이윤을 더 앞세우는 정서가 확산될까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PC방 업계와의 갈등도 골이 깊어질 수 있다. 넥슨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PC방에 부분유료화 게임 이용료를 받는다. 고객이 무료 게임을 하면 PC방은 그 대가를 넥슨에 내야 한다. PC방 업계는 넥슨과 법적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엔씨소프트 게임은 대개 월 정액제이기 때문에 당장 문제를 일으킬 소지는 없다. 다만 넥슨이 자사 게임과 패키지로 묶는 요금제를 만들면 분쟁이 커질 수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 산업에서 국제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는 가치가 더 높다”며 “아무리 서비스 업체 규모가 커져도 국내 개발사가 줄어들면 사상누각이고 그 기회는 외국 업체에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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