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NXC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손을 잡았다. 15년 간 선의의 경쟁자였던 두 사람이 한 배에 올라탔다. 향후 15년을 위해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를 선택했다. 김정주·김택진 대표의 `도원결의`는 글로벌 게임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연합군 탄생 배경은=메머드급 연합군이 글로벌 게임 시장 1위를 향해 출격한다. 양사의 전격적인 전략적 동거는 업계 3위까지만 살아남는다는 `빅3 법칙`의 적극적 실천이다. 게임 분야에도 `빅3` 시대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과거 북미와 유럽에서 손을 잡았던 액티비전과 블리자드가 시너지 효과를 얻었던 사례처럼, 빅딜은 불가피한 시대적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게임 업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에 빠져들었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PC방은 이미 블리자드 디아블로3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등 외산 게임이 장악했다. 이들 2개 외산 게임의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특히 디아블로3 출시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가 10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간판 게임회사인 닌텐도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쇠락의 길을 걷고 있고, 페이스북이 게임 유통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등 게임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 텐센트의 막강한 자본력과 앵그리버드로 대표되는 신생 기업의 약진도 변수다. 세계 게임 시장은 오는 2014년까지 연평균 6.9% 성장이 예상된다.
◇연합군 전력증강 효과는=두 회사는 국내 게임업계의 쌍두마차로 불린다. 넥슨의 엔씨소프트 인수는 중국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 종합선물세트를 팔겠다는 포석이다.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캐주얼게임 등 단품 위주가 아니라, 결합상품 및 패키지상품 개발로 이용자 선택 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개발력을 보유했고, 캐주얼 게임 강자인 넥슨은 게임을 좋은 상품으로 만드는 마케팅의 귀재로 불린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트 등 캐주얼 장르 게임과 서든어택 등 1인칭슈팅게임에 강하다. 엔씨소프트는 성인이 주로 즐기는 리니지, 아이온 등 대작 MMORPG가 주력 게임이다.
넥슨은 해외, 엔씨는 국내에서 강점을 보유한 점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넥슨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67.2%를 해외에서 벌어 들였다. 전문가들은 그 동안 해외 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엔씨소프트 게임이 넥슨 해외 유통망을 통해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로스플랫폼 시대에 맞춰 원소스멀티유스(OSMU)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통신 기술 발달로 갈수록 온라인·콘솔·모바일 게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인수효과 및 전망=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는 기계적 결합에 머물지 않고, 화학적 결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두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큰 도전이자, 또 다른 모험이다.
엔씨소프트 고위관계자는 “국경은 이미 없어졌고, 게임 장르 간 융합도 빨라지고 있다”면서 “서로 잘 아는 기업인이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게임시장 규모 현황(단위:십억 달러)
자료:삼성경제연구소
넥슨·엔씨소프트 현황
자료:각사 종합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